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가 파업에 나선 29일 낮12시20분께 서울시 강남구 D중학교 정문 앞에는 50~60명씩 무리를 지은 학생들이 책가방을 멘 채 학교 정문을 빠져나왔다. 정문 앞 2차선 도로 갓길에는 학생들을 마중 나온 학부모 차량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부모가 시간을 내지 못해 학교에 남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학교에서 나눠준 빵과 우유를 먹었다. 이마저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인근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김밥 등으로 끼니를 때웠다.
단축수업을 받고 하교하던 김민제(15·중2)군은 “1년에 한 번씩 파업할 때마다 급식이 중단돼 별로 놀랍지 않다”고 했다. 서울의 D초등학교 2학년 유지민(9)양은 “급식 못 먹은 건 상관없지만 수업을 짧게 한 건 아쉽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중3 아들을 데리러왔다는 김다혜(45)씨는 “이틀 전에 갑자기 급식중단 통보를 받았다”며 “아이들 기말고사 기간에 단축수업을 하니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유혜자(42)씨는 “다른 것도 아니고 애들 먹는 게 중단되니 솔직히 불편하다. 주변 워킹맘들은 애를 태우며 우왕좌왕하더라”고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유씨는 “이틀 전에야 공문을 보내는 교육 당국도 답답하다”며 “일주일 전에는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학비노조의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 2,005곳은 아이들 식사 해결을 위한 ‘전쟁’이 치러졌다. 절반이 넘는 1,240곳은 급하게 빵과 우유를 준비해 끼니를 때웠고 538곳은 학부모에게 도시락을 싸도록 주문했다. 나머지는 단축수업·현장학습·학예회 등으로 대체했다. 파업 참가율이 높은 일부 지역은 이른바 ‘대란’이 벌어졌다.
특히 ‘공무원 도시’인 세종시는 112개교(국공립 초중고, 특수학교, 국공립 단설유치원) 가운데 88%인 99개교의 급식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광주는 252개교 가운데 111개교, 강원도는 651개교 중 342개교, 부산은 529개교 중 159개교의 급식이 중단돼 급식중단 학교 비율이 30%를 웃돌았다.
이날 학비노조는 지역별 시도교육청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2,000여명이 모여 조희연 교육감에게 “학교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나서달라”고 외쳤고 경기도교육청 인근에도 7,000여명이 모여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학비노조는 30일 서울 광화문 북광장에서 열리는 민주노총 사회적 총파업에 합류한다. 대구와 전라북도 학비노조도 30일 파업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급식중단 학교는 2,200개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학비노조 측은 30일 집회에 2만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능현·김정욱·신다은기자nhkimc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