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모래 놀이가 마냥 좋기만 했던 어린 시절, 적어도 수백번 어쩌면 수천번 불렀음직한 이 노래의 유래가 느닷없이 궁금해졌다. 예상과 달리 잠깐의 검색으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지 못했다. 구렁이의 뱃속에 알을 낳는 독이 많은 옴두꺼비의 처절한 최후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두껍게의 다른 표기로 두꺼이가 쓰였다는 설명도 찾을 수 있었다. 유래를 속 시원히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철없던 시절의 내가 고사리손을 묻어 놓고 두껍게 모래를 쌓아 올리며 두껍이를 애타게 찾으면서 새집을 달라고 떼를 썼던 기억만큼은 분명하다.
대선을 전후해 들썩이던 주택 시장이 국지적 과열과 풍선 효과를 불러오고 결국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 지난 19일 나왔다. 그 수개월 간 주택 시장을 지켜보면서 모래 놀이의 새집이 아닌 강남 새 아파트에 대한 욕구의 실체에 다가서고 싶었다.
최근 만난 부동산 시장전문가는 “모두가 살고 싶어하는 곳의 주택 가격이 오른다”고 전했다. 왠지 럭셔리해 보이는 편의시설과 ‘헬리콥터 맘’들의 로망인 교육환경, 거기에 ‘강남 스타일’이라는 프리미엄까지 얹혀져 있는 곳. 그곳에서 시작된 ‘재건축’이라는 이슈가 투자자들을 자극했다. 강남에 들어설 새 아파트는 금리도 낮은 지금, 빚이라도 내서 사야 할 ‘새집’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새집에 살고 싶은 욕구는 굳이 강남에서만 표출되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 내가 살고 있는 강북의 20년 가까이 된 아파트 바로 옆에 지난 봄 새 아파트가 완공돼 입주까지 마쳤다. 입지도 주변 환경도 똑같다고 생각되지만 새 아파트의 가격은 3억5,000만원이나 비싸다. 그렇게 ‘살고 싶은 동네’에 ‘새 아파트’로 사람들이 몰리며 가격이 급등과 과열로 이어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는 나의 판단을 순진한 생각이라 비웃듯이 다른 진단을 내놓았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강남 집값의 과열이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집을 다섯 채 이상 가진 사람들의 강남4구 내 주택거래량이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50% 넘게 늘었다는 게 진단의 근거였다. 물론 3채 또는 4채 이상의 집을 가진 사람의 거래량도 같은 기간 40% 넘게 늘었다. 하지만 이들의 지난 5월 거래량 292건을 과열의 주범이라고 확증할 수 있을까. 5월 강남 4구의 3,900건이 넘는 주택거래 거래량 중에 8%도 채 되지 않는데 말이다.
김 장관이 강조했듯이 아파트는 ‘돈’이 아니라 ‘집’이다. 그런데 그 엄연한 ‘집’이 때로는 큰돈을 벌어다 주는 것 역시 사실이다. 또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여전히 1%대에 머물러 있는 지금 여윳돈을 가진 사람이 돈을 벌어줄 투자 수단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 사람이 늘 배고픈 투기세력인지 그저 목돈을 한 번 만져보고 싶은 평범한 투자자인지 구분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부동산 취득 목적으로 과거에 위장 전입을 했던 장관 후보자들을 우리는 인사청문회 때마다 만났지만 그들을 모두 투기세력이라고 몰아세우지는 않았다. 뒤늦게 ‘갭 투자’를 해보겠다며 쌈짓돈을 꺼내 들고 서울 아파트촌을 배회하는 시골 농사꾼을 갑자기 투기꾼이라고 욕할 수도 없지 않나.
진단이 정확해야 확실한 처방이 나온다.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집값의 과열이 오로지 투기세력 때문이라고 진단한다면 정부가 내세운 ‘핀셋규제’가 힘들뿐더러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6·19대책의 핵심 중 하나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등 대출 규제였는데 집을 5채 넘게 소유한 투기세력들이 빚을 내서 집을 또 사들이는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집 몇 채를 더 사들여 한몫 챙겨보려는 유주택자는 물론이지만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도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간절하다. 그래야 더 좋은 동네, 더 큰 집으로의 부푼 꿈을 꿔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부동산대책은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모래로 만든 새집이 부서질까 조마조마하며 두꺼비를 찾던 아이의 마음처럼.
ju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