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빈·조인성·한석규·이성민 ‘하하’ vs 최민식·이정재·임시완 ‘흑흑’
군 제대 후 첫 복귀작 ‘공조’로 돌아온 현빈, 2008년 ‘쌍화점’ 이후 무려 9년만의 영화 ‘더 킹’을 찍은 조인성이 연초부터 축포를 터뜨렸다. 1월 18일 같은 날 개봉한 두 영화는 2017년 첫 번째 흥행작이자 상반기까지 최고의 흥행작에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공조’는 누적관객수(영진위, 이하 동일) 780만 이상을, ‘더 킹’은 530만 이상을 기록했다. 두 영화 모두 설 연휴 특수 혜택을 톡톡히 받아 쌍끌이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한석규와 이성민은 장기 흥행으로 선방했다. 한석규는 ‘프리즌’으로 약 한 달 간 극장가를 장악하며 290만 이상, 이성민 역시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250만 이상을 모았다. 한석규는 교도소 절대 제왕인 익호 역으로 악인의 카리스마를, 이성민은 자체 수사를 서슴지 않는 열정 가득 ‘아재파탈’로 캐릭터 변신에 나섰다. 특히 ‘프리즌’은 청불 조건에도 흥행세를 자랑했다.
반면 규모, 출연진, 대선 시기 등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으로 기대치를 한몸에 받았던 ‘특별시민’이 130만 관객을 모아 ‘천하의 최민식’도 안심할 수 없음을 보여줬다. 이정재 또한 남루한 캐릭터로 변신, 전국 올 로케이션에 제작비 90억 원의 대규모 팩션 사극 ‘대립군’으로 돌아왔으나 100만이 채 안 되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아이돌에서 배우로 전향한 임시완은 주연작으로 ‘원라인’,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두 작품을 내놓았지만, 모두 100만을 넘지 못했다.
■ 韓 영화 無천만... ‘군함도’·‘택시운전사’·‘신과 함께’에서 탄생할까
말이 쉽지, 막상 모으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부산행’이 여름 성수기에 유일한 천만 영화로 떠올랐듯, 올해도 여름을 노려봐야겠다는 분위기다. 1월 개봉한 ‘공조’가 781만 7459명을 모아 올해의 최고 흥행작을 기록 중이다. 그다음으로 531만 명의 ‘더 킹’, 293만 명의 ‘프리즌’이 국내 흥행작 톱3로, 아직 2017년 천만 영화는 탄생하지 않은 상태. 이병헌 주연의 ‘싱글라이더’, 조진웅 주연의 ‘해빙’, 임시완·진구 주연의 ‘원라인’, 최민식·곽도원·심은경 주연의 ‘특별시민’, 설경구·임시완 주연의 ‘불한당’, 이정재·여진구 주연의 ‘대립군’처럼 개봉 전 기대감이 따랐던 작품들이 상당수였던 터라 아쉬움이 크다.
이에 따라 여름 성수기부터 하반기까지의 개봉작들에 더욱 주목하게 된다. 류승완 감독 연출의 일제강점기 군함도 강제 징용 사건을 그린 CJ엔터테인먼트 야심작 ‘군함도’는 220억 물량공세뿐만 아니라 황정민·소지섭·송중기·이정현이 합세, 올여름 가장 유력한 ‘천만 기대작’이다. 7월 2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군함도’에 황정민이 있다면, ‘택시운전사’에는 같은 ‘흥행보증수표’ 송강호가 있다. 8월 개봉하는 ‘택시운전사’는 송강호와 독일 배우 토마스 크레취만을 중심으로 유해진, 류준열이 1980년 5.18 광주 민주항쟁을 재조명한다.
하반기에는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1편당 150억 가량을 들인 웹툰 기반작 ‘신과 함께’가 하정우·차태현·주지훈·마동석·이정재·도경수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해 천만이 기대된다. 그 밖에도 ‘궁합’ ‘1987’ ‘침묵’ ‘골든슬럼버’ ‘남한산성’ ‘꾼’ ‘부활’ ‘살인자의 기억법’ ‘강철비’ ‘장산범’ ‘사주’ ‘아리동’ 등이 올 하반기를 장식할 예정이다.
■ 대작 시리즈에 예상 깬 복병까지... 외화 강세
이웃나라 일본부터 할리우드까지 외화들은 매달 한국 영화들을 위협해왔다. 관객들의 마음이 해외작품에 홀린 탓에 아직 올해의 천만 영화가 나오지 않기도 했다. 1월에는 일본을 강타한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 때아닌 애니메이션 열풍을 몰고 왔다. 361만 명까지 모아 재패니메이션의 건재함을 입증했다. 이에 지지 않고 동시기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는 231만 명을 기록했다. 3월에는 엠마왓슨 주연의 실사판 ‘미녀와 야수’가 디즈니 특유의 환상적인 동화로 한국을 포함,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한국에서 513만 명을 끌어모아 올해 개봉한 외화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4월에는 독보적인 차량 액션의 ‘분노의 질주’ 8번째 시리즈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이 365만 명, 5월에는 마이너 취향을 저격한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가 273만 명,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가 5번째 편으로 304만 명을 모아 시리즈물의 오랜 인기를 과시했다. 244만 명을 기록한 드림웍스의 신작 ‘보스 베이비’도 알차게 흥행했다. 마블의 새 여성 히어로 ‘원더 우먼’은 214만 명을 동원하며 갤 가돗을 일약 스타덤에 올렸다. 충격 전개와 메시지로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9%까지 오르며 212만 명을 모은 ‘겟 아웃’은 한국에서도 흥행 복병이었다.
6월에는 톰 크루즈 주연의 다크 유니버스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 ‘미이라’가 358만 명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개봉한 ‘트랜스포머’ 번째 시리즈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의 흥행은 200만 명에 달하며 현재 진행 중이다. 반면 할리우드 대작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은 80만에 못 미쳤으며,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는 40만을 겨우 넘겨 굴욕을 안았다.
■ 봉준호 vs 홍상수의 칸 대결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제 70회 칸국제영화제는 역대 가장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졌다. 국내 감독들의 장편 5편이 초청돼 역대 가장 많은 수를 자랑했을 뿐만 아니라 그중 2편이 경쟁작으로 맞붙는 자국 대결도 흥미진진했다. 이번 영화제에는 홍상수 감독의 ‘그 후’와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작품 ‘클레어의 카메라’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에, ‘불한당’(감독 변성현)과 ‘악녀’(감독 정병길)가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됐다. 안타깝게도 ‘옥자’와 ‘그 후’ 모두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움켜쥐지는 못했지만, 진출 자체로 국내 영화 발전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칸의 선택을 받았다고 무조건 흥행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칸에서 귀국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이어 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미 ‘불한당’은 5월 17일 개봉해 92만 명, ‘악녀’는 117만 명을 기록했다. ‘악녀’가 청불임에도 100만을 넘겼던 점을 감안하면, ‘불한당’은 흥행에 참패한 수준이다. ‘옥자’는 지난 29일 전국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해 이제 막 흥행을 꾀하고 있다. 7월 6일 개봉하는 ‘그 후’까지 국내 관객들의 솔직한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 불륜, SNS, 불법 유출 등 바람 잘 날 없이 ‘눈 뜨면 논란’
올해 영화계는 역대 가장 많은 논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끊이지 않았다. 그 영역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지난해 6월 홍상수 감독과 여배우 김민희의 불륜설이 처음 제기된 후 올해는 그들이 더욱 대담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은 커플링 낀 손을 꼭 맞잡고 레드카펫에 오르는가 하면, 기자회견에서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 서로를 지칭하며 여유로운 미소를 띠었다.
3월 국내 ‘밤의 해변에서 혼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홍상수가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다”라고 밝혔으며, 김민희는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저희에게 놓여진 다가올 상황과 놓여질 모든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5월 ‘그 후’와 ‘클레어의 카메라’로 칸 영화제에도 함께 참석한 두 사람은 여전히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니는 당당함을 보여줬으며, 지인의 SNS에 올라온 ‘맞담배 사진’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동시기 ‘불한당’은 연출을 맡은 변성현 감독의 갑작스런 SNS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었다. 다수 커뮤니티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변 감독의 SNS 작성글과 리트윗 글에는 정치색 의심 발언, 성희롱, 타 영화에 대한 욕설 등이 담겨 있었다. 이에 대중들은 ‘불한당’ 보이콧을 선언했고, 영화는 결국 93만 명 정도로 막을 내렸다. 한참 뒤 감독에 대한 해명과 ‘불한당원’들의 지지가 이어졌지만, 이미 관객들의 마음은 돌아선 지 오래였다.
칸 진출작이 겪은 설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옥자’가 온라인 스트리밍 상영 방식의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개봉을 택해 업계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프랑스극장협회는 극장 개봉 3년 후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한 현지 법률을 내세우며 ‘옥자’의 상영과 경쟁부문 진출에 반발했다. 결국 칸영화제 측은 내년부터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만 경쟁부문에 초청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국내에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대형 멀티플렉스(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측 역시 넷플릭스와 극장의 동시 개봉을 문제 삼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옥자’는 대한극장, 서울극장 등 단관 극장에서 개봉하기로 결정됐다. 현재까지 극장 수 83개, 스크린 수 107개를 확보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29일 0시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공개된 ‘옥자’가 당일, 국내 P2P사이트에서 불법 유출·유통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넷플릭스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내놓았고, 또 다른 ‘옥자’ 측 관계자는 “넷플릭스 내부에 불법 파일 유출을 막는 전담팀을 꾸렸다고 알고 있다. 불법 파일을 찾아내고 삭제 조치하도록 노력 중이다”라고 전했다.
28일, 이제 막 개봉한 ‘리얼’은 작품 내외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최진리(설리)의 파격 노출, 감독 교체로 논란거리를 낳다가 최진리의 개인 SNS 논란까지 더해져 개봉 전부터 진통을 겪었다. 더군다나 언론시사회부터 상영 이후 영화에 대한 평가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배우와 관계자들 모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는 27일 진행된 VIP시사회에서 김수현의 눈물로 터져 나왔다. 게다가 ‘옥자’보다 하루 전, 개봉과 동시에 관람객의 스크린 불법 촬영물(스틸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퍼져 제작사 측이 ‘저작권법·초상권 침해’의 이유로 강경한 법적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천만 기대작 ‘군함도’는 한창 개봉에 박차를 가하는 시기에 한 네티즌의 고발로 급하게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하루 12시간 넘는 촬영을 하면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출연료를 받았다”며 “류승완 감독이 80명이 넘는 스태프, 소속사가 있는 배우들만 아이스크림을 사줬고, 38명의 영화 속 조선인 역할을 맡은 배우들에게는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유내강 측은 “‘군함도’의 모든 스태프들과 출연자를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했으며, 초과 촬영 시에는 이에 따른 추가 임금을 모두 지급했다”며 “제작진은 스태프와 출연진이 최선의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고자 했지만 제작진의 마음이 미처 미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더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