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脫원전 논란에도 '靑에 밉보일까' 입 다문 에너지 당국

전기료·재원부담 해석 제각각 혼란만 키워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일시중단으로 탈(脫)원전 정책의 재원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늘어나는 발전비용에 대한 계산은 적게는 11조원부터 많게는 200조원까지 ‘고무줄’이다. 신고리 5·6호기 중단만으로 가정의 전기요금 인상률이 10%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주장이 확산되고 있음에도 사실상 대응에 손을 놓은 채 청와대의 지침만을 기다리고 있다. 더욱이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그간 원전 확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해왔던 터라 자칫하다가는 청와대에 밉보일 수도 있어 더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20일 탈원전·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 추진 시 발전비용 상승효과가 11조6,000억원(2016년 실적치 대비 21.0%)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현재 배럴당 40달러대인 유가가 오를 경우 발전비용 상승폭은 더 커진다. 유가가 70달러로 오르면 발전비용 상승폭은 13조4,000억원, 100달러일 경우 15조7,000억원, 150달러까지 오르면 17조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더 암울한 분석도 있다. 입법조사처가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탈원전 시나리오에 소요되는 비용 추계’ 보고서를 보면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량을 오는 2035년까지 현재 수준보다 17%가량 늘리면 163조∼206조원의 발전비용이 더 든다. 발전비용이 늘어난다고 반드시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 때 발전소를 많이 짓고 유가도 올랐지만 전기요금은 안 올랐다. 발전비용이 늘어난다고 전기요금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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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탈원전 반대 진영에서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로 대체할 경우 4조6,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신고리 5·6호기를 신재생으로 대체할 경우 가구당 연간 전기요금이 10.8%(18만9,445원) 인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재원 부담과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고무줄 추계가 난무하지만 정작 정부는 ‘묵묵부답’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8차 전력수급계획 등에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는 답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탈원전·석탄은 전기요금을 올리는 수요관리 정책과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며 “하지만 새 정부에서는 에너지 담당 부처가 인기가 없다 보니 180도 바뀐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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