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 손님들이 없어 빈 테이블 만 가득하다. 소상공인들은 장기 불황으로 생계가 어려워 지고 있다며 정치권이 하루 빨리 추경을 통과시켜 소상공인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서울경제 DB3일 오전 9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대전 북부센터가 아침부터 식당이나 시장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로 가득찼다.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들이 센터를 찾아 정책자금 상담을 받은 것. 7월 정책자금 대출상담이 시작된 이날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일부 소상공인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이날 대전 북부센터를 찾은 소상공인만 50여명. 대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장경훈(35·가명)씨는 “소상공인 정책자금 수요가 많다고 해서 혹시 지원을 못받을까봐 아침 일찍 서둘러 왔다”며 “이번에 대출을 받지 못하면 일단 사채라도 끌어다 써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내수 부진에 따른 매출 정체로 힘들어하는 소상공인들의 ‘급전’ 수요가 늘고 있다. 하지만 대출 수요에 비해 배정된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소상공인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대출 예산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대립으로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어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5·6월 소상공인 정책자금 신청 한도인 500억원, 700억원이 모두 대출 개시 하룻 만에 소진됐다. 소상공인의 대출 수요가 많자 이달에는 1,050억원 규모의 대출 신청 한도를 늘려놨지만 이마저도 하루 이틀이면 조기 소진될 전망이다. 소상공인 정책자금은 공단에서 일단 접수를 받아 시중은행을 통해 집행하는 융자다.
소상공인들의 지원 요청이 쇄도하면서 벌써 올해 전체 예산의 80% 가량이 소진됐다. 추경이 통과되지 않으면 10월부터는 소상공인 융자 지원이 중단될 수도 있다. 정부는 ‘2017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소상공인 정책자금 융자 금액을 1조6,300억원에서 2조2,500억원으로 38.2%(6,200억원) 증액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10월 이후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은 벼랑 끝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광주 서구에서 사무용 가구대리점을 운영하는 한모 사장은 “정책자금은 필요할 때 적시에 공급해야지 사후약방문식으로 뒤늦게 집행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추경예산이 늦어지는 것을 보면 정치권이 소상공인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 같아 너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금리가 일반 은행 대출 금리보다 낮기도 하고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지난해보다 올해 소상공인의 대출 수요가 더 늘어난 상황”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한 자금이 거의 소진된 상태여서 추경 처리가 안되면 이르면 10월부터 자금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소상공인들은 정치권이 하루빨리 추경 처리에 합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지난해부터 은행권이 자영업자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함에 따라 소상공인들의 일반 은행 대출이 더욱 어려워져 일부 자영업자들이 카드대출이나 사채 등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고 있다” 며 “위기에 직면한 소상공인을 위해 하루라도 빨리 추경 예산이 집행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이 대승적 차원에서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도 조속한 추경 처리를 주문하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전통시장의 체감경기 지수가 여전히 낮다”며 “추경을 통해 온누리 상품권 발행을 늘려 전통시장으로 손님들이 많이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