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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첫방] B급 코드 앞세운 웃음코드…‘덜어냄’이 필요해

인기만화 ‘하백의 신부’가 완전히 새로워진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돌아왔다. 아름다운 수국이 아닌 2017년 현대를 배경으로 펼쳐진 ‘하백의 신부 2017’은 ‘B급 감성’으로 웃음을 주는데 성공했지만, 과소 과한 전개와 연기는 ‘덜음’이 필요해 보였다.

3일 오후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하백의 신부 2017’에서는 능력을 잃고 인간 세상에 내려온 물의 신(神) 하백(남주혁 분)이 대대손손 신의 종으로 살 팔자인 신경정신과 의사 소아(신세경 분)를 만나면서 알아가는 과정들이 그려졌다.




사진=‘하백의 신부2017’ 캡처사진=‘하백의 신부2017’ 캡처


‘신의 나라’로 불리는 수국의 차기 후계자인 하백은 신계의 황제가 되기 위한 징표를 받아오기 위해 인간계로 내려가야 했다. 같은 시각 빚에 허덕이던 소아는 과거 자신이 공원에 묻어놓은 다이아반지를 찾은 뒤, 어려움을 돌파하고자 했다. 밤늦게 다이아반지를 손에 얻은 소아는 올려다본 하늘에서 이상한 궤도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게 됐고, 재빠르게 돈 벼락을 맞게 해달라고 빌었다.

별똥별이 그녀에게 준 것은 돈이 아닌 인간계로 떨어진 하백이었다. 시종과 함께 인간계로 온 하백이지만,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가진 능력을 모두 잃을 뿐 아니라 입고 있던 옷마저 사라진 알몸인 상태가 되고 말았다.

충격에 의해 소아는 정신을 잃게 됐고, 하백은 소아의 의사 가운을 몰래 입고 쓰러진 소아를 뒤로하고 자리를 떠났다. 물론 그 안에는 소아의 ‘돈줄’인 다이아반지가 들어있었다.

이후 소아에게 있어서 “난 물의 신. 신계의 차기 황제이자 너의 주인 하백이다”고 말하는 하백은 악연이자,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반면 하백은 소아가 자신을 보필할 종의 후손임을 알아봤고, 자신을 외면하는 그녀를 따라다니며 “넌 가문의 약속대로 날 모셔야 한다” “신의 은총을 내리니 깨어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소아는 여전히 하백의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그는 소아에게 기습 키스하면서 신의 능력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사진=‘하백의 신부2017’ 캡처사진=‘하백의 신부2017’ 캡처


윤미경 작가의 베스트셀러 만화 ‘하백의 신부’를 원작으로 하는 ‘하백의 신부 2017’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스핀오프’ 버전으로 기획된 드라마다. 이번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현대극으로, 원작 만화의 고전적 판타지와 인물들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설정과 이야기를 그려냈다.


전형적인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이었던 하백은 ‘중2병’과 진지한 허세가 뭉치면서 코믹해졌으며, 소아는 악착같으면서도 궁상맞은 푼수가 돼 있었다. 인간세계를 전혀 알지 못해 가는 곳마다 신의 방식으로 처리해 시종을 쩔쩔매게 만드는 하백이나, 그런 하백을 그저 치료가 필요로 한 소아의 조합은 웃음을 절로 불러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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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를 연상케 하는 첫 만남이나, 신임에도 돈이 없어 강 근처 튜브 텐트에서 잠을 자는 모습, 길을 잃고 들어온 산속에서 멧돼지를 만나는 등 이른바 B급 감성과 설정을 앞세운 ‘하백의 신부’는 달달함보다는 넘치는 개성을 앞세우면서 웃음을 이끌어 내고자 했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설정이 지나치게 과했다는 점. 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는 만큼 드라마 ‘도깨비’의 설정과 유사성을 지적받았던 ‘하백의 신부 2017’이었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도깨비’가 로맨스를 근간으로 코미디를 양념처럼 첨가시켰다면 ‘하백의 신부’은 코믹을 근간으로, 로맨스를 살짝 첨가한 정도였다. 로맨틱코미디인 ‘하백의 신부 2017’이지만, 소아와 하백의 만남은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웃음을 더 먼저 강요해, 핑크 빛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기에 은행에서 자신을 오래 기다리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이자율이 다르다며 VIP실에 들어가 행패를 부리는 소아나, 산 속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멧돼지의 습격 등의 설정은 아무리 어느 정도의 허구가 허용되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그 정도 지나쳤다. 일부 장면들은 그 설정의 구멍이 지나치게 허술하다보니 안방극장에 ‘무리수를 둔다’는 부담을 느끼게 할 수밖에 없었다.

주연배우의 연기력 부족도 ‘하백의 신부 2017’을 아쉽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인간계로 떨어진 하백의 말투와 표정이 국어책을 읽듯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어색했다는 점이다. 인간계에 어울리지 못한 하백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것일지는 모르겠으나, 딱딱 끊어지는 대사는 도리어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기도 했다.

다만 소아를 연기한 신세경은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신세경은 밝아지다 못해 다소 궁상스럽고 주책없는 소아를 풍부한 표정연기로 소화하면서 드라마를 이끌어 나갔다. ‘하백의 신부 2017’의 과도한 코믹전개도, 신세경은 연기로 개연성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의 이름이 가진 진가를 증명해 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일부 넘치는 설정과 배우들의 딱딱한 연기로 아쉬움을 남긴 ‘하백의 신부2017’이지만, 원작과는 다른 재미와 코미디가 주는 매력을 선사하는데는 성공했다. 아직까지는 코미디가 우세를 보이는 ‘하백의 신부 2017’은 ‘로맨틱’을 살리면서 ‘판타지 로코’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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