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경제교실] 경유세 인상 백지화...에너지세제 개편 방향은?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전공

'미세먼지 주범'은 오해...휘발유세 인하 검토해야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기획재정부가 경유세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유세 인상으로는 미세먼지를 잡기 어렵다는 것이 기재부의 공식 입장입니다. 사실은 공약 사업을 위한 꼼수 서민증세일 뿐이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대한 부담이 더 컸겠지요. 어쨌든 기재부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유연한 자세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대통령과 국민이 원하는 소통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 경유세 인상 대기질 개선효과 無

DPF 의무 부착·성능 개선 덕

경유 승용차 미세먼지 배출 3.5%

소형트럭 사용 서민만 부담 가중

가짜 경유 유통 확대도 불보듯

☞ 휘발유 인하 장점은

가짜기름 사라져 세수확보 도움

유류보조 환급·면세 비용도 감소

소비자는 저렴하게 이용해 ‘윈윈’

환경부서 선호하는 LPG차도

온실가스 배출량 많아 대안 안돼


경유세 인상을 고집하던 환경부가 머쓱해졌을 것입니다. 사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난해 4월의 환경부 공식 자료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지난 2012년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PM10) 12만톤 중에서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양은 12%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화물차·버스·승합차·특수차 때문이지요. 경유세 인상으로 영향을 받게 될 경유 승용차에서 배출되는 양은 고작 3.5%에 지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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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공식 자료에서 밝힌 미세먼지는 그뿐이 아닙니다. 농지·개활지·석탄야적장 등에서 발생하는 날림(飛散)먼지도 11.5만톤이나 됩니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양도 엄청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환경부가 거부하는 경유 승용차를 모두 포기해도 미세먼지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미세먼지는 경유차의 최대 약점이었습니다. 지금도 시커먼 매연을 내뿜는 낡은 경유차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유차는 과거와 달리 성능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환경부가 1995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대기질 개선 사업’ 덕분입니다.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DPF)를 의무적으로 부착시켰고 환경개선분담금도 부과했습니다. 경유의 황 함유량도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췄고 배출가스 기준도 유럽 수준으로 강화했습니다. 압축천연가스(CNG) 시내버스도 도입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습니다. 환경부가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소비자와 정유사가 부담했던 비용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13년부터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경유차 중심의 대기 질 개선 사업이 한계에 도달해버렸습니다. 역설적이지만 한계를 인식한 것은 환경부가 아니라 기재부였습니다. 2013년 2월 기재부는 환경부 대기 질 개선 사업의 중심을 경유차에서 날림먼지 등 비도로 오염원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도 환경부가 기재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경유세 인상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환경부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윤리성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기재부가 경유세 인상을 포기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경유세를 인상하면 경유 승용차는 줄어들겠지요.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대형 화물차와 농기계·선박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인상된 유류세를 환급받거나 감면받기 때문입니다. 결국 경유세를 인상하면 소형 트럭이나 승합차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들의 부담만 늘어나고 대형 경유차는 계속 미세먼지를 내뿜게 됩니다.

경유세 인상의 부작용도 걱정해야 합니다. 경유세를 인상하면 ‘가짜 경유’의 유통이 늘어날 것이 분명합니다. 품질은 떨어지지만 값이 싼 가짜 경유의 유혹을 외면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가짜 경유에 의한 탈세 규모도 커지고 미세먼지 배출도 늘어나게 됩니다.

환경부가 고집하는 액화석유가스(LPG)도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경유차가 LPG차보다 연비가 20% 이상 좋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거꾸로 얘기하면 LPG차가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경유를 LPG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37% 감축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지키기 어려워집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을 퇴출시키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확대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폭발 위험이 있는 LPG차의 안전성도 심각하게 걱정해야 합니다.

경제적으로도 LPG의 문제는 심각합니다. 이미 우리는 정유사와 유전의 부산물인 LPG를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LPG 소비량의 70%를 중동에서 비싼 값에 수입해서 자동차 연료로 태워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 스스로 생산한 경유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산한 연료는 수출하고 화학 산업의 소중한 원료로 써야 할 부산물을 수입하는 현실은 경제적으로 정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경유세를 인상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휘발유세를 내려야 합니다. 세수 감소를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가짜 기름이 없어지고 유류세 환급·면세 비용이 줄고 탈세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저렴하게 휘발유를 쓰게 해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도 높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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