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주공아파트 전 단지가 6·19 대책 이전 분위기로 회복했다고 보면 됩니다. 매수를 하려 해도 매물이 없어 거래가 안 됩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사무실)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보름여 만에 집값 이상 과열의 진원지인 서울 강남4구의 아파트 매매시세가 대책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6·19 대책과 정부의 부동산 단속 등의 영향으로 잠시 관망하던 집값이 슬금슬금 움직이는 모양새다.
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사실상 6·19 대책 직전으로 회복했다. 개포동 G공인 대표는 “규제 전 11억9,000만원까지 올랐던 개포1단지 전용 41㎡가 대책 이후 11억3,000만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1억8,000만원 넘게 호가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지만 점차 호가를 높여 부르는 집주인들이 나타나면서 집값이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으로 꼽히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G공인 대표는 “대책이 나온 뒤 1,000만~2000만원 가격이 떨어지는 조정기간을 거쳤지만 최근 가격은 다 회복한 상태”라면서 “매수자가 있어도 매물이 없어 거래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A공인 대표는 “반포 1단지 전용 76㎡의 호가를 16억8,000만원까지 부른다”면서 “정부 단속으로 중개업소가 문을 닫지 않았으면 가격은 더 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도 6·19 이후 5,000만~6,000만원 정도 떨어졌지만 최근 3,000만~4,000만원 정도 다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권 일반 아파트들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대장주로 불리는 아크로리버파크 84㎡는 지난해 2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최근 23억원까지 호가가 나온다. 잠실 리센츠의 경우 최근 전용 84㎡가 14억원에 매매돼 지난 2008년 7월 입주 이후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접 단지인 엘스 전용 84㎡도 최근 로열동 중간층이 13억9,500만원에 최고가 거래돼 14억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는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6일 감정원이 3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서울 아파트값은 0.11% 상승해 지난주(0.10%)보다 오름폭이 다소 커졌다. 특히 강남4구를 비롯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의 아파트값 상승폭이 지난주보다 확대됐다.
지난주 보합이던 강남구와 0.01% 하락했던 강동구의 경우 이번주 각각 0.02% 오르며 상승 전환했고 서초구는 0.07%에서 0.08%로, 송파구는 0.01%에서 0.03%로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도에서는 분당의 아파트값이 0.19% 오르며 지난주(0.10%)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2주째 보합세였던 과천시도 이번주 조사에서는 0.02% 상승했다.
6·19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된 경기 광명시, 부산 기장군·부산진구 등 3개 지역의 아파트 가격도 6·19 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이 2015년 12월 해당 지역의 집값을 100으로 설정해 추이를 분석한 결과 광명의 아파트는 주택안정대책 발표 1주일 전인 6월12일에 104.6이었고 대책 발표 당일인 19일에는 104.8로 상승했으며 1주일 후인 26일에는 104.9로 올랐다. 부산진 아파트 가격은 5월29일부터 6월19일까지 4주 연속 105.4를 유지했는데 대책 발표 1주일 후인 26일 갑자기 105.5로 올랐다. 또 기장의 아파트는 6월12일 104.7, 19일 104.8이었고 26일에는 105.0으로 상승했다.
이렇다 보니 강남권을 중심으로 6·19 대책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11·3 대책으로 이미 강남4구는 분양권 전매가 금지됐었고 대출규제를 10%포인트 강화한다고 해서 거액 자산가들이 개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정부가 오는 8월께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일반 아파트의 경우 이달 3일부터 강화된 대출규제가 적용됐기 때문에 그 전에 매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대책 여부를 지켜보며 관망하려는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