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의 차주별 신용위험지수 /자료=한국은행은행들이 올해 3·4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가계에 대한 대출심사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차주의 부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데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 3·4분기(7~9월) 국내 은행이 전망한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23이었다. 전 분기(13)보다 10포인트 오른 것으로, 2014년 1·4분기(25) 이후 3년 6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신용위험지수가 클수록 차주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응답한 금융기관들이 많다는 뜻이다.
소득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상황에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됐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심사를 더 깐깐하게 할 전망이다. 은행의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14로 전 분기(-11)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0을 기준으로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이면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고 응답한 기관보다 많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은행들이 많았다. 가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23으로 2·4분기(-10)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가계의 일반대출에 대해서도 대출태도지수가 -13으로 전 분기(-7)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대·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전 분기보다 각각 4포인트, 7포인트 오른 것과 대비된다.
한은은 “금리상승에 따른 차주의 신용위험 증가 우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정책 등에 따라 가계에 대한 대출태도가 전반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집값이 과열을 보이는 조정대상지역에 대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앞으로도 가계부채의 빠른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기관들도 일제히 차주의 신용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신용카드사를 제외한 비은행기관들 역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할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3·4분기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22로 전 분기보다 5포인트 내렸고, 상호금융조합(-35)과 생명보험회사(-14)도 마이너스를 유지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이 대출태도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대출 취급액이 감소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조항서 한은 금융안정국 은행분석팀 과장은 “대출행태 서베이는 전망 기간이 3개월로 비교적 길기 때문에 그 사이에 경제 상황이 바뀌거나 정부 정책이 새로 나오면 금융기관들의 대출태도도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