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위원들이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자산매입(양적완화)을 점차 늘릴 수 있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CB 통화정책회의 위원들이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관해 논의했다는 ‘긴축 신호탄’에 해당해 채권 및 주식시장이 다시 요동쳤다.
6일(현지시간) 공개된 6월 통화정책결정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7~8일 통화정책회의 당시 위원들은 성명에서 채권매입 확대 관련 문구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유로존 경기가 회복되는데다 미국이 출구전략에 나서면서 채권매입 프로그램 확대를 중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ECB는 4월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줄이는 대신 매입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율 등 물가 지표를 고려해 최종 성명서에서 채권매입 관련 문구는 그대로 실렸다. 대신 위원들은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문장에서 ‘더 낮은 수준’이라는 부분을 삭제했다.
이날 회의록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긴축 시사 발언 이후 ECB의 양적완화가 이른 시일 안에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다시 힘을 얻는 가운데 나왔다. 이로 인해 ECB의 양적완화가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며 주요국 채권 가격은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10bp(1bp=0.01%포인트) 상승한 0.56%를 기록하며 2016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가격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프란체스코 가르차렐리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올해 4·4분기에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가 0.7%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채권시장에 대대적 변화가 불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도 전날 각각 0.92%(10bp 상승), 2.26%(12bp 상승)까지 올랐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국채 금리 역시 10∼13bp가량 뛰었다. 미국 재무부 10년물 국채 금리는 두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ECB의 테이퍼링 추진은 유로 경제의 회복세를 시사해 이날 유로 가치는 전날보다 0.5% 상승한 유로당 1.1426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