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복기해 본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강소기업학회장

문종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강소기업학회장문종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강소기업학회장


부실인사검증이라는 야당반대에도 불구하고“삼성 저격수”라 불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된 지 달포가 되어간다. 삼성그룹은 지난 2월 특검에서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력 강화를 목적으로 합병, 우회출자, 자사주취득, 지주사 전환 시도 등의 의혹을 받아왔다. 더욱이 이재용 부회장이 거액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월 17일 구속되자, “권한은 막강하나 책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온 미래전략실을 같은 달 28일 전격적으로 해체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을 앞두고는, 지주사 전환포기 및 40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소각(지분율 13.2%) 계획도 4월 27일 발표했다. 그동안, 정부는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도입을 유도해 왔고, 삼성그룹을 포함한 여러 대기업 집단들도 정부방침에 부응하고자 자사주 보유를 확대해 왔다. 그러나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경제력 집중억제, 지배구조개선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자사주 의결권 확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지주사 전환도 녹록치 않게 됐다. 자사주보유가 오히려 오너의 지배권 강화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의혹만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6월 8일 삼성물산-제일모직간 합병과 관련해 문형표 전 장관에 대해 국민연금에 부당하게 압력을 가한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삼성의 청탁내지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여부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부회장이 구속중에 있는 삼성으로서는, 뼈아픈 결과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합병절차, 합병비울 산정 등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간 부당한 청탁과 대가성을 전제로 한 뇌물죄는 추가적인 혐의 입증이 필요하다. 그동안, 대기업의 반칙 및 갑질 혐의, 밀어내기 및 후려치기, 총수의 사익편취, 일감몰아주기, 부당내부거래 등 불법행위가 드러날 때마다 법원은 집행유예와 같은 온정주의 판결로, 대통령은 사면권행사로 재벌개혁 시도를 무력화 해왔다. 이의 역작용으로 사법개혁의 불가피성이 누적돼 왔다. 6월 26일 형사재판에서는 전직 삼성임원들이 이재용 부회장과 다른 진술이 나올 것을 우려해 자신을 위한 반대신문권을 포기한 채 조직적으로 증언을 거부했다. 향후 법원이 어떤 판결을 할지 기다려지는 대목이다. 연간 200조원이 넘는 매출과 30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실현하는 삼성전자가 무엇이 아쉬워 정경유착 혐의로 뇌물공여에 연루됐을까? 더욱이,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 하에서 주가가 사상 최고점을 찍는 순간에 주가 제고 목적으로 소각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과도한 자사주 보유는 출자금 반환결과를 초래해 회사재산의 충실의무에 위반되고 주가의 왜곡현상을 초래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주가를 끌어올리고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이용되나, 장기적으로는 소득불균형을 심화시키고 고용불안정 및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협한다. 만약, 경영권 및 편법 승계 등으로 비난받고 있는 삼성그룹의 합병, 자사주 구입, 배당, 감자 등 각종 자본거래의 상당부분이 관련 법령 하에서 합법적으로 진행됐다면 법치국가에서 자사주 보유기업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하기 보다는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 관련제도를 보완 수정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 아닐까? 법원은 향후 법률 적용시 법불아귀(法不阿貴)의 정신으로 차별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총과 이사회결의로 수년간 정당하게 추진해온 지주사 전환 준비와 보유 자사주를 일거에 소각해 버림으로써 불확실한 미래대비 재원을 단순한 주가제고를 위해 소진해 버릴 수밖에 없는 정치적 환경변화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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