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두 얼굴의 시진핑...무기력한 한국정부] "당국 관여 안했다"던 시진핑의 거짓말

관광 - 韓 여행상품·비자발급 제한

문화 - 한류 드라마·K팝 공연 금지

유통 - 롯데마트 영업정지·검역강화

배터리 - 韓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외

제조업- 車 광고 게재 거부·세무조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조치를 시정해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중국민을 핑계 삼았다. 중국민이 사드 배치에 분노하면서 자발적으로 한국 여행을 자제하고 한국산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금한령(禁韓令)’을 내리지 않았으니 사태를 해결하려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중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먼저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시 주석의 이 같은 태도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중국 정부는 관광, 문화, 유통·소비재, 배터리, 자동차 등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가리지 않고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복 조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

중국 여유국이 자국 단체여행객에게 한국 여행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한 3·15 조치가 대표적이다. 비록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문건을 통해 지침을 전달하지 않고 여행 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구두’로 내린 것이지만 이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또 중국 일부 시에서 자국 여행사에 한국을 경유하는 상품 판매를 금지하라고 통보한 것이나 한국박람회 개최와 한국 단체상품에 대한 광고 금지 통보를 내린 것 역시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사례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중국 정부의 개입은 노골적이다. 중국 당국은 1만명 이상 동원하는 한국 연예인의 공연을 금지했으며 한국 연예기획사의 신규 투자와 드라마·예능 협력 프로그램 계약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임당 빛의 일기’ 등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광전총국의 심의 불허를 비롯해 상당수의 K팝 가수 공연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았다. 배우 유인나는 드라마 촬영 중 하차했으며 방송인 강호동과 슈퍼주니어의 이특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석연찮은 이유로 제작이 중단됐다. 중국 내 막강한 팬덤을 보유한 엑소 또한 난징 공연이 계획됐으나 허가가 나지 않아 취소됐다. 한국 연예인에 대한 중국 비자 등급이 유례없이 높아져 중국 팬미팅도 잇따라 불발됐다. 송중기·송혜교·박보검 등 한류 스타가 출연하는 CF도 중국 방송에서 슬며시 사라졌다.


유통·소비재는 중국 정부가 ‘몽니’를 부리는 대표적 분야다. 롯데마트는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으로 전체 매장 99개 중 87곳(자율휴업 13곳 포함)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영업정지 기간에도 인건비를 계속 지급하고 있어 누적손실만 1조원이 넘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방법 위반으로 영업중단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후에 시정사항을 점검하고 영업 재개 허락을 내줘야 하는데도 현장 재점검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한숨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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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 당국의 수입제한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뚜렷한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업계는 꼬집는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 발표한 5월 불합격 수입 화장품·식품 명단에서 수입허가를 받지 못한 487개 품목 중 28개가 한국산이었다. 중국 당국이 한국산 수출품목에 대한 검역만 유독 강화한 탓이다.

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도 중국 정부의 개입 정황이 확연하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아무 이유 없이 한국 업체들을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고 베이징 등 지역 매체들은 한국 자동차 제품에 대한 광고 게재를 거부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3월 이후 중국 판매가 반토막 났고 배터리 업체들의 중국 공장 가동률도 10~20% 수준으로 추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민의 선호도는 여전한데도 판매가 급감한 것은 중국 정부가 배타적 애국주의 확산을 방관하거나 종용했기 때문”이라면서 “마녀사냥식으로 한국 기업에 보복하면서도 정부 개입을 부정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성행경·연승·박성규·이지윤기자 saint@sedaily.com

성행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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