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4조원을 거두며 세계 1위 제조기업에 올랐지만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업들과의 브랜드 파워 격차를 줄이기까지 갈 길이 먼 셈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들이 클라우드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빠르게 체질을 개선하는 상황에서 하드웨어 중심인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의 성과는 과거 투자의 결과물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화학·방산 계열사 매각, 하만 인수 등을 추진하면서 빠르게 돌아가던 삼성의 사업재편 시계는 멈춰 섰고 무엇보다 그룹의 미래 전략을 짜야 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실정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이후 이미 결정됐던 투자계획 외에 새롭게 추가된 게 있느냐”며 “오너 기업에서 총수가 없는 한 조 단위 투자 결정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실적을 견인하는 반도체 사업의 부침이 심한 것도 변수다. 시설투자 결정이 조금만 늦어져도 업황에 따른 리스크가 회사 전체를 휘청이게 할 수 있는데다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디스플레이·모바일·가전 부문의 경우 아직 프리미엄 제품으로 경쟁우위에 있지만 레드오션이 불가피한 분야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