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韓기업 '탈 중국' 이어지는데...되레 中 사업 담금질 나선 최태원

中 최고위층 10명과 잇따라 면담

석유화학·반도체 등 투자확대 논의

양국 모두 윈윈하는 '상생' 내세워

차이나 인사이더 2.0 전략 본격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톈진포럼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도시의 질적 성장이 중요해져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톈진포럼 2017’ 개막식에 참석해 “도시의 질적 성장이 중요해져 삶의 질과 행복을 증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SK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후폭풍으로 국내 기업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는 와중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국 최고위층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화학·반도체·바이오 등의 투자를 확대하는 등 오히려 중국에서 행동반경을 넓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중국과 SK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을 내세워 중국 사업 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 2.0’을 본격화하는 한편 국내 기업계를 대표하는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9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7일 중국 톈진시 영빈관에서 리훙중 당서기와 왕둥펑 톈진시장 등 중국 최고위급 인사 10여명과 만나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투자 및 사업모델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 회장은 리 당서기와 2시간30분 동안 만찬을 겸한 면담을 진행하고 △석유화학 △정보통신과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바이오·의학 등에 대한 투자 및 협력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이 자리에서 리 당서기는 “하이테크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전환 중인 톈진에 SK가 산업체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며 “수도권 정비 프로젝트에도 정보통신·친환경에너지·건설 분야에서 참여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중국은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수도권을 대단위로 정비하는 ‘징진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최 회장은 “SK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배터리, 액화천연가스(LNG) 및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강점을 지닌 만큼 서로에게 성장동력원이 될 사업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며 “우시 하이닉스 공장과 우한 중한석화에 이어 톈진에서도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화답했다.

리 당서기는 SK그룹이 중국의 국영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과 합작해 성공적인 한중 글로벌파트너링의 사례로 꼽히는 중한석화가 상업생산을 시작한 2014년 후베이성 당서기로 재직해 최 회장과의 인연도 깊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후베이성을 방문했을 때도 리 당서기와 만났으며 지난해에는 리 당서기가 중국 내 시노펙 공장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중한석화를 방문해 성공비결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리 당서기와 면담에 앞서 빈하이신구 경제특구를 방문해 글로벌 기업 입주 현황과 주요 산업 동향을 살펴보고 SK루브리컨츠 톈진 공장도 방문해 생산 현황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또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중국 난카이대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톈진포럼 2017’에도 참석해 도시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중국 내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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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이 북핵 문제와 사드 배치 등 중국과의 정치적 문제가 국내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결국 SK그룹의 미래 전략이 중국을 빼고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SK그룹의 주력사업인 정유·석유화학과 에너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업은 중국 기업들이 최대 고객이며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도 중국 기업과 경쟁과 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하는 분야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올 초 출국금지가 해제된 후 수시로 중국에 건너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올해 5월에는 상하이포럼에 참석해 웡톄후이 상하이시 부시장, 쑨궈펑 중국인민은행 이사, 쉬닝셩 푸단대 총장 등을 만났으며 새로 교체된 제리 우 SK차이나 대표와 만나 중국 사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논의했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 기업이 아니라 현지 기업처럼 인식돼야 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변화를 맞고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단지 SK의 이익을 위한다기보다는 중국과 SK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 회장이 일본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서 ‘기업 인수가 아닌 협업의 개념’을 내세웠던 전략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은 다른 대기업과는 달리 주로 중간재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소비재 중심의 중국 무역보복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의 상생 협력을 강화하는 최 회장의 행보는 ‘민간 외교’라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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