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로 개 30마리를 도살해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개 농장주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허준서 부장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개 농장주 A(65)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경기도 김포의 한 개 농장에서 끈으로 묶어 놓은 개 30마리를 도살해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전기가 흐르는 쇠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갖다 대 감전시키는 이른바 ‘전살법’으로 도살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전살법은 축산물위생관리법이 정한 가축 도살방법 중 하나”라며 “돼지나 닭도 이런 방법으로 도축하며 실신시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어서 잔인한 방식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동물 학대를 막기 위해 마련된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
또 노상 등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의 동물이 지켜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이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전살법이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동물보호법 8조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의 예시로 목을 매다는 것만 있을 뿐 ‘잔인한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없다”며 “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그 자체가 어느 정도 잔인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잔인’이라는 개념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처벌 범위가 무한정 확장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도살방법을 규정해 놓은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있지 않지만 실제로 식용을 목적으로 이용되기도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법 조항의 가축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소, 말, 양, 돼지 등 토끼를 제외한 포유류는 전살법, 타격법, 총격법 등을 이용하고 닭, 오리, 칠면조 등 가금류는 전살법, 이산화탄소 가스법 등으로 도살하게 돼 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특별하게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인 방법으로 개를 도살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개를 감전해 기절시킬 때의 전류량과 감전 시간 등도 알 수 없어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