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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민진기 PD “여진구, 미래가 기대되는 좋은 배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아무것도 몰랐기에 두려움이 없었고, 틀에 박힌 것이 없었기에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tvN 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이하 ‘써클’)은 잘 될 가능성보다는 안 될 가능성이 높았던 드라마였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흥행여부마저도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써클’은 국내 드라마시장에서는 너무나도 낯설고 어색한 장르였다.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괜한 과장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써클’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SF장르에, 타임슬립도 아닌 것이 처음 들어보는 더블트랙을 차용했으며, 외계인이 등장 하는 등 새로움을 넘어서 모든 것이 파격적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대본도 스타작가가 아닌 신인작가에, 연출 또한 드라마 PD가 아닌 예능PD 출신으로 ‘써클’이 정극 첫 입봉작이며, 엄밀하게 말해 배우들도 등장과 동시에 화제성이 보장되는 한류스타들이 캐스팅 된 것도 아니었다. 한 마디로 ‘디딜 구역’이 하나도 없었으며, 이로 인해 ‘써클’의 첫 방송이 시작되기 전 가장 많이 나왔던 평가는 바로 ‘모 아니면 도’였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나온 결과물은 ‘기대 그 이상’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속도감 있는 전개, 안정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빠르게 안방극장의 마음을 훔쳐 나간 것이다. 비록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써클’이 방영되는 내내 호평이 쏟아졌으며, 단단한 마니아층 형성에도 성공했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SNL코리아’를 2년 반 정도 진행하다가, 바로 시작한 작업이 ‘써클’이었어요. 새로운 시도였고 시간도 없는데 호평으로 잘 끝나서 다행이고, 어쨌든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울 따름입니다.(웃음)”

‘푸른거탑’ ‘황금거탑’ 등의 작품을 통해 시트콤형식의 드라마타이즈에 도전했던 민진기 PD지만, 정극 연출은 ‘써클’이 처음이다. “‘롤러코스터’를 할 때부터 드라마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한 민진기 PD에게 ‘드라마’라는 장르는 평소에도 ‘굉장히 해보고 싶었던 작업’ 중 하나였다.

“회사에서도 제가 드라마 연출을 원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계셨고, 그래서 제게 ‘기회가 있으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어요. ‘써클’은 정극에 복합장르에 소재가 SF이고, 일반적으로 쉬운 도전은 아니었죠. 사실 무식하니까 한 거지, 만약 제가 드라마를 했었던 사람이어서 두려움이 있었으면 못 했었을 거 같아요. 정극이 처음이었기에, 틀에 박히거나 기성에 젖어있을 수도 없었고, 그러다보니 남들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가능했던 것 같아요. 처음 시도하는 12부작에, 작가도 PD도 신인, 소재는 SF…업계에서 금기시 됐던 것들은 다 들어가 있죠. 그런데 이 같은 부분이 도리어 가능성으로 작용됐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써클’이 잘 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배우 캐스팅에 있어요. 연기가 검증된 친구들로 세팅이 되니 좋은 시너지가 날 수밖에 없었죠. 하하.”

캐스팅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모든 것이 끝난 지금이야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까지 ‘써클’은 진입장벽이 높은 드라마 중 하나였다.

“오히려 배우들은 너무나 새로운 시도니 재미있어 했었고, 여진구나 김강우는 대본이 아닌 시놉시스를 처음에 드렸을 때 부터 ‘재미있다. 이게 어떻게 그림이 나올지는 모르겠으나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말해줬어요. 어려운 부분은 설명을 드리면서 해답을 찾았고, 배우들 차원에서는 새로운 작품이니, 그런 부분에서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웃음)”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민진기 PD는 ‘써클’에서 많은 배우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에서도 ‘파트1’의 주인공이었던 여진구가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사실 여진구는 ‘써클’ 캐스팅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썼던 배우 중 하나였다.


“사실 (여)진구가 ‘써클’을 하겠다고 선택한 시점이 배우 본인에게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중요한 시점이었어요. 오랫동안 설득을 했고, 잘 선택해 주셔서 고마울 따름이죠. 캐스팅에 공을 들인 이유는 그 나이에 이 정도의 감정연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없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여진구씨에게 ‘대학생 21살 역할은 다른 작품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네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이니 꼭 해보자’고 말하면서 어필을 했죠. 하하. 진구는 진짜 좋은 배우에요. 나이가 21살 임에도 불구하고 감정 표현의 폭이 넓고, 지금보다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죠. 전 벌써부터 두근두근해요. 지금도 이런대 훗날 30~40대가 된다면 어떤 연기를 보여줄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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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구멍이 없는 ‘써클’이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는 바로 그룹 하이라이트로 활동 중인 이기광이었다. 이기광은 아이돌 출신임에도 스마트지구의 기계 같은 공무원에서 기억을 되찾은 뒤 점점 인간본연의 감정을 회복하는 이호수를 충실히 소화해 나갔던 것이다. ‘써클’의 명장면 중 하나인 “기억은 책임”이라고 말하는 이호수의 눈물은 안방극장을 촉촉하게 적시기도 했다.

“이호수라는 캐릭터 자체가 가상의 인물이고, 감정이 통제된 사람이기에, 그 어떤 배우가 해도 소화하기 힘들 것 같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접근했죠. 이기광은 웃는 게 매력적인 배우에요. 기광이가 웃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이미지만 봤을 때는 ‘이호수와 맞겠다’고 생각했죠. 필모그래프가 많지 않음에도 연기에 대한 가능성이 보였고, 그래서 함께하자교 했어요. 기광이도 본인이 부담을 느꼈지만 ‘재밌게 해보고 싶다’고 답을 주었고, 그래서 ‘현장에서 만들어보자’가 됐어요. 작품을 하면서 기광이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고 준비도 많이 해 왔었어요. 함께 토론을 하면서 이호수의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죠. 기광이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와 표정 없는 창백한 느낌이 이호수를 만들어 나갔고, 덕분에 캐릭터를 통해 주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요.”

민진기 PD는 ‘써클’을 통해 가장 듣고 싶었던 칭찬으로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 한다’를 꼽았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써클’을 보면 어떤 사람들이 배우라는 직함을 다는지 알 거 같다는 말을 듣고 싶었어요.”

사진=지수진기자사진=지수진기자


‘써클’은 2017년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파트1 베타프로젝트’(이하 ‘파트1’)과 2037년 대한민국 서울을 배경으로 ‘파트2 멋진 신세계’ 두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합쳐 만들어 놓은 드라마였다. 쉽게 말해 한 드라마 안에 다른 두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민진기 PD에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냄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파트1’에서 ‘파트2’ 넘어갈 때 연결 브릿지를, 하늘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게 하면서 연결성을 높이자고 했어요. 그리고 그 밖에 ‘파트1’ ‘파트2’ 캐릭터를 캐스팅을 할 때 최대한 닮은꼴 캐스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죠. 동수 역에 오의식을 캐스팅 했는데, ‘파트1’에서 중학생 동수도 닮은 꼴로 캐스팅 하고자 했었죠. 우진과 범균의 아역 역시 최대한 비슷한 배우로 캐스팅하고자 노력했었어요. 하하.”

‘써클’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드라마였다. SF소재에 복합장르물, 여기에 빠른 전개속도를 자랑하는 ‘써클’의 약점 중 하나는 한번 놓치면 이야기를 쉽게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스토리라인은 바쁘게 흘러가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감정과 고민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보편적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해 민진기 PD는 “‘써클’이 아무리 복합장르물이라고 할지라도, 너무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운을 띄웠다.

“‘써클’만의 차별성이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어렵거나 이해가 안 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도 새로운 시도라는 명분에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대본이 스토리와 구성은 촘촘하지만 디테일 적인 측면은 약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결국 연출자가 이 대본을 어떻게 푸느냐고 중요했었고, 덕분에 많이 상상해야 했었죠. 최대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게끔 작가진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좋은 연기와 좋은 극본과 좋은 연출적인 부분이 결합을 해서 이해가 쉽게 가는 드라마로 완성시키고자 했죠.”

일상적인 것보다는 독특한 것이 좋다고 말한 민진기 PD는 아무리 외계인이 나오더라도 더 현실적으로 접근하게 만들고 싶다고 고백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는 초반부에 분위기 설정을 위한 장치였어요. 드라마의 색깔이 되니 ‘한정연이 외계인이냐?’는 것을 던져주었는데, 여기에 집중하지 않은 이유는 외계인이라는 소재가 진입장벽이 높거든요. ‘써클’이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드라마 자체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판단했고, 더 쉽게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써클’은 기본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드라마였고, 그래서 어쩌면 호흡을 빨리 간 것도 있었죠. 보다보면 빠져들게끔.”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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