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교황측근 “백악관 기독교 근본주의…IS와 다를 바 없어” 맹비난

“극단주의적 성서해석에서 비롯”

수석전략가 배넌 '원흉' 지목…트럼프 정책비전 맹비난

“교황-트럼프 폭풍치는 관계 노출”

프란치스코 교황/연합뉴스프란치스코 교황/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다양한 이슈에서 충돌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측근들을 통해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 교황의 측근들은 13일(현지시각) 교황청 언론매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막후실세이자 가톨릭 신자인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이슬람 극단주의와 별다를 바 없는 종말론적 믿음을 신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로마에서 발행되는 예수회 잡지인 ‘라 치빌타 카톨리카’에 미국 내 가톨릭이 변질하고 있다는 비판성 논평이 올라왔다.

글을 쓴 안토니오 스파다로 ‘라 치빌타 카톨리카’ 편집장은 미국 가톨릭 신자들의 유래를 알 수 없다며 이들이 낙태나 동성애와 같은 사회 이슈에서 기독교 복음주의와 가까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목소리가 이민부터 기후변화까지 광범위한 문제를 놓고 ‘복음주의적 근본주의’(evangelical fundamentalism)로 치달을 때가 있다고 비판했다.


스파다로 편집장은 “이 같은 이상한 사상의 가장 큰 위험성은 장벽을 쌓기 원하고 이민자 추방의 죄를 깨끗이 씻는 외국인, 이슬람 혐오적 견해 때문에 빚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기 위해 목사들이 성서와 구약을 왜곡해서 적용하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의 분쟁과 전쟁을 조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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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다로 편집장은 “(세계가 선과 악, 둘로 나뉜다고 보는) 이런 마니교적 시각으로 호전성은 신학적인 정당성을 획득한다”며 “전체 맥락에서 떼어낸 성서 문구를 이용해 호전성의 성경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목사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가톨릭 신자인 배넌을 거론하며 그가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존 러시두니의 신봉자라고 질타했다. 기독교 근본주의가 종말론을 좇는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극단주의와 별다른 점이 없다고 지적했다.

교황청 전문가들은 ‘라 치빌타 카톨리카’가 교황청의 감수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만큼 프란치스코 교황이 측근의 글을 통해 속내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글을 쓴 스파다로 편집장과 이를 감수한 마르셀로 피게로아 ‘로세르바토레 로마노’ 아르헨티나판 편집장은 프란치스코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이번 논평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독교 복음주의 목사들과 기도회를 갖은 후 하루 뒤에 나온 것도 이런 해석에 더욱 힘을 실었다. 이에 가톨릭 매체 ‘크럭스나우’는 “이번 논평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트럼프 대통령의 폭풍 치는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성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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