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한국시간) US 여자오픈을 1위로 마치고 18번홀 그린을 빠져나가는 박성현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베드민스터=USA투데이연합뉴스‘골프광’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한국 여자골프의 저력을 제대로 실감한 날이 됐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GC(파72)에서 끝난 제72회 US 여자오픈 대회장을 사흘 동안이나 찾았다. 프랑스 방문을 마친 뒤 곧장 자신이 소유한 이 골프장으로 향한 그는 2~4라운드를 직접 관전하는 열의를 보였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장을 찾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세 번째다. 여자 대회 관람은 첫 사례다. VIP 박스는 15번홀 그린과 16번홀 티잉그라운드, 18번홀 그린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설치됐다.
이날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지켜보던 15번홀(파5)에서 7m가량의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펑산산(중국), 아마추어 최혜진(18)과 함께 공동 선두를 이루고 있던 박성현은 이 홀 버디로 단독 선두가 됐고 이후 17번홀(파4)에서도 버디를 잡아 정상까지 치달았다. 박성현이 단독 1위로 경기를 마치고 코스를 빠져나와 스코어카드 접수처로 이동할 때에는 VIP 박스에 있던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박성현의 2017년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는 글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기 도중에는 최혜진에게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US 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 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는 글을 올렸다. 15번홀까지 공동 선두로 우승 경쟁을 벌이던 최혜진을 가리킨 것이다. 최혜진은 16번홀(파3) 티샷을 물에 빠뜨린 끝에 더블보기를 기록, 2타 차 2위로 마치면서 1967년 카트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의 이 대회 아마추어 우승이 아쉽게 무산됐다.
한편 이날도 여성 비하와 인종 차별 발언을 일삼은 트럼프 대통령에 항의하는 여성단체의 시위가 진행됐다. 4명의 여성은 대통령 관람석 바로 뒤쪽에서 ‘USGA는 성차별주의자 트럼프를 버리라’는 구호가 쓰인 셔츠를 입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여성단체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대통령을 직접 보는 것이고 이를 이뤘다”고 말했다. 브리트니 린시컴(미국) 등의 선수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을 반대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렉시 톰프슨(이상 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은 전날 대통령의 VIP 관람석 초청에 응했다.
17일 US 여자오픈 대회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기 후 백악관으로 돌아가며 우승자 박성현을 축하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경기 중에는 “아마추어 선수(최혜진)가 수십 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매우 흥미롭다”고 적기도 했다. /사진=트럼프 트위터
17일 US 여자오픈을 제패한 박성현(가운데)이 시상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오른쪽) 부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드민스터=AP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