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최저임금 후폭풍] '1조 사드'엔 비준 외치면서...'3조 최저임금'엔 입 닫은 집권여당

이율배반 與에 비판 목소리

민주, 野땐 '최저임금 국회의결·공익위원 추천' 추진

정권 잡자 사회적 공론화 외면한 채 정책 밀어붙이기

최저임금委 정부 거수기 역할 그쳐..."구조개선 시급"

靑경제수석 "최저임금 대책, 국민에 세금 돌려주는 것"

1915A03 민주당이 지난해 발의한




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우원식(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 인상’ 쇼크가 영세 소상공인을 비롯한 산업계 전반을 강타하면서 정치권의 이율배반적 행태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야당 시절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국회 논의’를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집권 여당의 지위를 회복하자 사회적 공론화의 필요성은 외면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배치·운영에 1조원가량이 들어가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서는 줄기차게 국회 비준을 요구하면서 정작 해마다 3조원 이상의 재정이 소요될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는 충분한 대화와 토론을 원하는 각계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을 둘러싼 문제점의 상당 부분은 최저임금위원회의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공익위원이 각 9명씩 참여해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한다.

표면적으로는 노사공이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 형태를 띠고 있지만 정해진 기간에 다음해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확정해야 하다 보니 실제 의사결정은 ‘합의’가 아닌 ‘표결’로 이뤄진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매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것은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들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무늬만 사회적 합의 기구일 뿐 실상은 정부의 거수기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은 18일 청와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영국 등 선진국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부담을 완화하고자 세액환급제도를 활용한다”며 “이번 (세금지원) 대책은 국민 세금을 국민에게 되돌려준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지난 2001년 이후 최고치인 16.4%를 기록한 것은 정권 교체 전후에 임명된 4명의 공익위원이 노동계안(案)에 찬성표를 던졌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기획재정부 측이 공익위원들을 따로 만나 세금지원 대책을 사전에 설명해 최저임금 인상을 유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모순적 행보는 바로 이 지점에서 비롯된다.

관련기사



20대 국회에 계류된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총 26건으로 이 중 상당수는 민주당이 야당 시절 최저임금위원회의 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현재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지난해 7월 최저임금을 국회에서 의결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개정안을 냈다. 우 원내대표는 당시 법안 발의 배경에 대해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는 직접적 이해 당사자의 참여와 협상보다는 정부 의사에 따라 결정되기 쉬운 구조인 만큼 최종 결정 주체를 국회가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시기 같은 당의 한정애 의원은 공익위원을 국회가 추천하는 내용의 법안을, 윤후덕 의원은 정부뿐 아니라 노사단체에도 공익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여당으로 지위가 바뀌고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노동계의 완승이나 다름없는 결정을 내리자 여권 내부에서 국회 논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은 인간의 기본권 향상 조치”라며 “인간의 기본권과 생존권 보장 차원에서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으로 환영한다”고 자축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매년 결정해야 하는 최저임금이 국회에서 합의가 되겠느냐”면서도 “정부 입김에 휘둘리는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매해 3조원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공론화 요구를 애써 외면하는 반면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는 국회 비준 요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나윤석·박형윤기자 nagija@sedaily.com

나윤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