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이행용 재원을 대선 공약대로 178조원으로 산정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재원조달 방안과 산정 방식이 허술하다 못해 안이하기까지 하다. 세입확충 82조원 가운데 60조원을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충당한다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증세의 충격을 주지 않고 국세수입이 저절로 늘려면 물가상승을 반영한 경상성장률이 올라가야 하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마다 12조원의 세수가 저절로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론은 그래서 위태로워 보인다. 대내외의 돌발적 경제충격이라도 발생한다면 재정의 안전판 역할은 기대난이다.
최근 국세가 당초 계획보다 더 걷혀 때아닌 세수 풍년을 맞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2012년부터 3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했던 사실을 엄중히 직시해야 한다. 이 바람에 추경을 편성하면서 세수부족액을 보전하는 세입경정까지 했다. 부족한 세수를 국채발행으로 메우는 재정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새 정부의 재정정책이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판박이여서 후유증도 걱정된다. 만성 세수 부족에 시달리던 전 정부는 결국 담뱃값 인상 꼼수로 세수 펑크를 간신히 막지 않았는가. 세수 결손이 나면 증세 수순을 밟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더욱이 이번 국정과제에서는 성장 담론이 뒷전에 밀려나 나라 곳간에 대한 불안감을 더 키운다. 정부가 내건 소득주도 성장론은 미증유의 길이어서 각 경제주체에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나라 살림살이는 100대 국정과제 수행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400조원 수준인 1년 예산에서 공약이행용 지출은 요지부동인 가운데 경기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나라 곳간이 거덜 나는 것은 시간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