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남대문상인, 47년만에 여름휴가 안 간다

경기불황에 사드 여파 겹치자 "휴가 대신 세일"

서울 남대문시장의 일부 상인들이 47년 만에 처음으로 여름휴가를 가지 않고 세일 행사에 나선다.

경기불황에다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겹치면서 중앙상가 C동 1,3층 상인들이 휴가 대신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매년 8월 첫째주 여름휴가 기간을 정해 철시했던 남대문시장은 이번 여름 일부 매장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중앙상가 C동 1,3층 상인 50여명은 투표를 통해 다음달 7~12일로 예정된 정기휴가를 반납하고 ‘썸머페스티벌’ 행사를 진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중앙상가 C동은 업소용 주방용품과 혼수용 그릇 등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모인 곳이다.

지난 1970년 중앙상가가 세워진 후 이 상가 상인들이 단체로 휴가를 가지 않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수 상인협회 회장은 “남대문에서 상인으로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는데 지금처럼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며 “몇 년 안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상인들 사이에 퍼져 있고 뭔가라도 해봐야 한다는 절박함에 개점 이후 처음으로 휴가를 반납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인협회는 휴가반납 기간을 활용해 남대문시장에서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 계획이다. 박 회장은 “장사가 잘되지 않다 보니 상인들마다 재고를 많이 갖고 있는데 양질의 제품을 중심으로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에게 어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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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이 오랜 관행을 깨고 특별할인 행사에 돌입하는 것은 유통시장이 그만큼 큰 변혁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C동이 취급하는 제품은 그릇을 비롯한 주방용품. 특히 이곳은 글로벌 주방용품 시장의 강자로 올라선 락앤락 창업자 김준일 회장이 창업의 기반을 닦았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주방용품 시장은 다이소 같은 초저가 할인매장과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그리고 각종 온라인몰이 난립하면서 포화단계로 접어들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매출감소로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업종이 비단 주방용품만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남대문시장 관계자는 “겉으로는 남대문시장의 유동인구가 많아 경기가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남대문시장 전체에 위기의식이 퍼져 있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남대문시장은 대한민국 자영업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없는 것도 판다’ ‘고양이 뿔 빼놓고 다 있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칭타칭 대한민국 최고(崔古)이자 최대(崔大) 시장으로 군림해왔다.

1897년 숭례문(현 남대문) 인근 한양도성 안쪽의 선혜청 자리에 도시상설시장으로 ‘창내창’이 설치, 운영된 것이 남대문시장의 시초다. 이후 120년 동안 전국 지방상권에 공산품을 납품하고 수입품을 알리는 ‘국가대표’ 도매처로의 역할을 해왔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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