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감사원이 발표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입찰을 둘러싼 서울교통공사(옛 서울메트로)와 전동차 제작 업체 간 비위는 충격적이다. 전동차 제작 경험이 전무한 부품업체 A사와 고장률이 타사보다 최대 20배 높은 불량 전동차를 납품한 전력이 있는 B사의 컨소시엄이 2015년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부적격 컨소시엄’과 서울교통공사 간 유착은 기가 막힐 정도다. 발주처인 서울교통공사 간부는 A사에 자신의 조카 취업을 청탁했고 A사의 비상장 자회사 주식 5,000만원어치를 자신의 처남이 시가보다 낮은 액면가(주당 500원)에 살 수 있도록 알선하기까지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들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깜냥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기준을 바꾸는 식으로 눈감아줬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런 비위 전력이 사업상 어떤 걸림돌도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업체는 12일 오후3시 마감된 2호선 전동차 214량 사업자 선정을 위한 추가 경쟁입찰에도 버젓이 참여했다. 불과 하루 전 감사원 발표가 있었지만 입찰이 제한되기는커녕 13~14일 이틀간 진행된 업체 평가에서 감점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덕분에 이 업체는 ‘적격사업자’로 분류됐고 경쟁업체와 가격경쟁까지 벌였다.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낙찰자와의 가격 차이는 불과 28억원이었다. 1,000만 서울시민의 발인 전동차 214량 제작을 이 업체에 또 맡길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공공입찰 비리는 어떤 비리보다 악질이다. 납세자의 생명과 안전을 자신의 이익 추구에 악용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위 전력이 있는 업체의 입찰 참여를 철저히 차단해 사업상 불이익을 주고 책임자를 엄벌하는 것만이 공공 부문 비리 척결의 첫걸음이다.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