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가업상속공제' 혜택도 줄인다

'기술보존 상속' 등 한정

요건 강화해 편법 차단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일감 몰아주기 과세 강화 등 ‘기업 증세’가 강력하게 추진되는 가운데 정부의 과세 규제의 칼날은 기업의 승계 부분에도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여당이 기업 승계 때 지원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세제 혜택 요건을 한층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24일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제도의 공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오는 8월에 발표하는 세법 개정안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업상속공제는 영세한 업체가 가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상속세 부담 때문에 폐업하는 경우 등을 위해 도입했지만 제도 취지와 달리 편법 상속에 이용되는 측면이 있어 이를 막을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업 상속이 국가가 공인하는 ‘기술 보존 차원의 상속’ 등일 때만 공제를 해주는 방향으로 공제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지금은 상속되는 재산의 성격을 특별히 제한하고 있지 않아 회사 핵심 역량과 상관없는 부동산·기타자산 등도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제 요건이 강화되면 기업 상속 시 무분별한 세제 혜택을 받는 일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지난 2007년 도입 때만 하더라도 공제 한도액이 1억원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이듬해 30억원으로 늘더니 보수 정권 집권 이후에는 2009년 100억원, 2012년 300억원, 2014년 500억원 등으로 급증했다. 지원 대상도 당초 중소기업만 해당됐으나 지금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도 포함된 상태다. 중견기업은 대부분 상장사인데 경영이 분리돼 있어 가업 승계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원 대상과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 제도로 깎아준 세금 규모도 2012년 307억원, 2013년 867억원, 2014년 944억원, 2015년 1,645억원 등으로 확대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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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영세한 기업의 원활한 상속을 돕는다는 제도 취지는 인정하나 편법 상속을 막을 장치도 없이 마냥 확대되는 것은 문제라는 의식을 갖고 있다. 특히 일반 상속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크다. 일반 개인의 상속세 자녀 공제는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한데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1,000배인 500억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만한 혜택을 주려면 기술 승계 등 정당성이 있는 상속이어야 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가업상속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독일에서도 최근 헌법재판소의 부분 위헌 결정으로 제도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와 함께 정부는 가업상속공제를 해주는 기업의 매출액이나 공제 한도를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는 방향에는 공감하나 그 과정에서 자칫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방향이어서 가업상속공제 축소 정책의 경우도 가업 지속성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불러오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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