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라크는 2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광범위한 분야에서 군사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양국 국방장관이 서명한 이 협약에 따라 양국은 테러리즘과 극단주의 대응, 국경 지대 안보, 군사 훈련과 보급 분야에 대한 협력을 넓히기로 했다.
양국의 군사 협력은 수차례 체결됐으나 이슬람국가(IS)가 점령했던 이라크 모술을 탈환한 뒤 이라크 정부가 처음으로 찾은 군사 협력 대상이 이란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라크와 이란은 각각 중동 수니파와 시아파의 전통적 맹주로 이란-이라크 전쟁 등까지 치렀다. 하지만 2003년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하고 미국에 의해 시아파 위주의 정부가 구성되면서 이란과 이라크의 관계가 밀접해졌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후세인 정권하에서 박해받던 이라크 시아파 주요 인사의 피난처가 됐던 까닭도 있다.
이란은 모술 탈환전을 비롯해 IS 격퇴작전에서 크게 활약한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에 인력과 물자, 무기를 직접 지원했다.
모술 탈환 성공으로 이라크에서 IS 격퇴전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지정학적으로 중동의 한복판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산유국인 이라크는 패권 경쟁의 주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진영과 터키, 이란이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이라크 정부는 이란에 다소 기우는 모양새다. 군사협력 외에 이란과 이라크는 23일 정치공동위원회를 열어 양국의 교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알리 라리자니 이란 의회 의장은 이르판 알하얄리 이라크 국방장관을 만나 “이라크의 사회기반시설 재건과 테러 대응에 이란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