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중소기업부터 바뀌어야 '청년실업-미스매칭' 악순환 끊는다

<일자리동맹 위해 필요한 5가지>

1. 강소기업은 원 브랜드, 상담사는 헤드헌터로

2. 열정페이는 그만…강소기업, 현장실습 참여 유도를

3. 정교한 대학 산학협력평가로 내실 기해야

4. 지방대학과 기업을 공동운명체로

5. 사람에 투자하는 기업 지원하자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에서 열린 ‘강소·벤처·스타트업, 청년매칭 2016년 잡페어’에서 구직자가 기업 관련 정보가 있는 책자를 보고 있다./연합뉴스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홀에서 열린 ‘강소·벤처·스타트업, 청년매칭 2016년 잡페어’에서 구직자가 기업 관련 정보가 있는 책자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청년과 기업, 대학, 정부 중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여러 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하듯 결국 현재 우리나라는 ‘일자리동맹’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경제신문은 시리즈의 끝으로, 일자리 창출과 기업-청년 간 웰매칭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 필요한 5가지를 제안한다.


◇ 1단계 : 강소기업은 원 브랜드로, 상담사는 헤드헌터로

기업 옥석가리기는 갈만한 기업을 찾지 못해 곤란을 겪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이자 일자리 동맹을 위한 첫 단추다. 고용노동부를 비롯해 중소벤처부·여성가족부·환경부 등 정부와 서울시 등 주요 지자체가 선정하는 우수 중소기업 브랜드만 46개, 기업 수는 5만개에 육박하지만, 부처별로 경쟁하듯 지정을 난립한 결과 자격 미달인 기업들이 상당수 선정돼 있다. 이는 정부 선정 기업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만 키운다.

재직자 평판 반영 등 선정기준을 보완한 뒤 강소기업 브랜드를 단일화해야 하는 이유다. 유망기업과 청년 인재가 연결되는 통로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부처 성격에 따라 취지와 선정기준이 다르다고 항변하지만, 청년들은 흩어진 정보들로 인해 혼란을 겪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미스매칭을 넘어서 기업과 청년이 만족하는 웰매칭으로 나아가려면 상담사들의 역할 변화도 필요하다. 최근 5년간 정부 지원 확대로 새로 추가 배치된 일자리 상담사만 3,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적성·직무 상담, 자소서 첨삭·면접 등 천편일률적인 서비스로는 미스매칭 해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취업 상담사들이 헤드헌터로 거듭나야 한다. 서울산업진흥원(SBA)이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 인사담당자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83%는 채용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신입사원 채용 시에도 헤드헌팅 형태의 서비스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직무 ·역량 맞춤형 매칭(43.6%)’, ‘인재검증 후 추천(20.5%)’, ‘지속적인 우수인재 풀(Pool) 제공(15.4%)’ 순이었다.

정익수 서울산업진흥원 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을 위해서는 신뢰 있는 ‘인사부서’ 역할을 해줄 수 있고, 동시에 중소기업들의 채용의뢰에 근거해 청년들의 멘토 역할을 해줄 소셜 헤드헌터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 : 열정페이는 이제 그만…강소기업, 현장실습 참여해야

현장실습은 재학 기간 동안 대학생들과 중소기업이 만나는 대표적인 제도다. 매년 참가자가 급증해 현재 15만명이 넘는 대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중소기업 현장을 경험해보고 취업 여부를 결정할 수 있고, 기업은 단기간이나마 부족한 인력 공백을 메우고 중장기적으로 직무 능력을 갖춘 검증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대학의 회유와 강압에 떠밀려 학생들이 질 낮은 중소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는 관행이 잘못 자리 잡으면서, 열정페이 논란 등 ‘안티 중기’만 양산하는 실정이다.

유사한 취지로 마련된 고용부 재학생 직무체험프로그램과 ‘IPP형 일학습병행제사업단’ 역시 양질의 기업 확보가 안돼 참여가 저조하다. 실습을 위한 실습에 머물 뿐 취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이런 이유로 제대로 된 준비와 자격을 갖춘 기업에서 현장실습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본지가 4년제 대졸자 558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1.7%는 ‘학교에서 학점 연계 중소기업을 추천해주면 참가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참가 의사를 밝힌 학생들은 희망사항으로 ‘정규직으로 취업해도 괜찮을 중소기업’(65.4%)를 꼽았다. 그 다음은 ‘적절한 급여’(18.5%), ‘우수한 교육 프로그램’(10.8%) 순이었다. 양질의 중소기업이 대학에 연결만 되면 현장실습을 통한 취업률 개선이 가능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지정 강소기업 등 양질의 중소기업과 청년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부처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령 월드클래스 300 등 우수 기업을 선정할 때, 선정기준으로 현장실습을 도입하는 등 교육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부 등이 협력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특히 문재인정부가 새롭게 내세운 ‘청년 3명 정규직 채용시 1명분 임금 지원’ 정책을 활용하면 ‘실습을 위한 실습’에서 머무는 관행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의 보조를 받으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중소기업이 현장실습을 통해 학생을 추가로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단계 : 대학 산학협력 평가, 재대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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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 산학협력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교육부를 비롯해 중소벤처부, 미래부, 산자부 등 산학협력 관련 사업 예산은 현재 약 3조4,000억원에 이르지만 고용 창출과 취업 활성화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하다. 산학협력은 인력양성, 기술이전·사업화, 창업·취업 지원, 공간 인프라 구축 등으로 구분된다. 최종 목표는 고용 창출과 취업률 제고라는데 이견이 없지만 수년째 마땅한 실적이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교육부 최대 산학협력 지원사업인 링크사업의 경우 대표 실적으로 가족회사수 등을 내세우지만 상당수가 허위인 실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선정 대학들의 가족회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 중에는 △폐업회사 등록 △링크 무관 회사 △겹치기 등록 등의 사례가 상당수 발견됐다. 또다른 대표적 사업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산학융합지구 사업 역시 취업자수가 저조하고 그나마도 중도 퇴사 비율이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예산만 따내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산학융합지구와 같이 대학과 산업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려는 취지는 존중하되 예산을 투입해 건물만 덩그러니 세울 것이 아니라 대학이 단과대 전체를 옮기는 등 통 큰 결단을 내릴 때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시급히 정교한 평가가 시행돼야 한다. 링크 사업의 경우 대학이 정부지원을 통해 협약을 맺은 가족회사로의 청년 취업 실적 등을 확인해 내실 있는 변화가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 4단계 : 지방대학과 기업을 공동운명체로

중소기업과 취업난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방청년과 중소기업의 위기로 요약된다. 취업률과 구인난의 지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부처차원에서 해왔던 다양한 취업 대책의 초점을 지방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단지 혁신의 중심을 지방에 둘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인재와 신산업이 모이는 산업단지’를 만들기 위해 문화와 복지공간이 어우러진 산업단지 혁신 2.0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민간이나 지자체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수도권에 지원이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길이 없다. 실제로 전북의 한 산업단지에서는 오피스텔 하나를 짓기 위해 공공펀드자금이 50% 넘게 투입되자 민간자본 유치가 겨우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 보조보다는 가처분 소득을 올려주기 위해 지방권 위주로 생활 인프라 개선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방 산업단지 근로자 자녀를 위한 장학금 보조, 장기근속자 아파트 청약 가산점, 주택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지방대학과 기업을 연결해줄 정책도 시급하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가칭 지역미래인재 트리플-윈(win) 사업이 대표적이다. 류장수 부경대 교수는 “대학은 지역의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각종 장학금은 물론 우수 기업을 발굴하고 지자체에서는 대학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에 비례해 매칭 펀드를 제공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우수 기업은 장학생들에게 학기 중 인턴십을 제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5단계 : 사람에 투자하는 기업 지원하자

일자리 동맹의 성패는 결국 기업에 달렸다. 기업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는 한 강소기업 선정도, 현장실습도, 산업단지 등 인프라 개선도 모두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은 선이라는 명분 아래 관련 예산은 매년 늘어났다. 이제는 청년을 착취하는 좀비기업에는 과감하게 지원을 줄여나가되, 사람을 키워나가는 기업에는 과감히 투자해 다닐만한 기업이 주를 이루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이러한 정책은 장기적으로, 인건비 절약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온 중소기업들의 관행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시간 착취, 시간외 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문화를 보유한 기업 등 이른바 ‘블랙기업’에 법을 엄격히 집행하고 정부의 각종 지원에서 예외로 두는 게 첫 단추다. 좋은 기업을 찾아서 선정하는 것 못지않게 청년을 울리는 악덕 기업부터 걸러내야 청년의 발걸음을 중소기업으로 돌릴 수 있다.

기업들의 연합체인 경제단체의 각성 역시 필요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국정 100대 과제 중 하나로 제시된 임금 격차 축소를 위해 제시된 청년내일채움공제 확대, 근로시간 나누기 내일채움공제 신설 등이 현장에서 확산되려면 경제단체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의 장기 근속과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취업지원 사업으로 6만명 참가를 목표치로 내세웠지만, 현재 목표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경제5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와 법정 경제단체인 중견기업연합회조차 청년내일채움공제의 운영기관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 기업 네트워크가 풍부한 거대 경제단체들이 소속 회원사와 지방 소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참여를 독려해야 정책이 현장에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다.

/박진용·백주연기자 yongs@sedaily.com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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