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미래를 둘러싸고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두 정보기술(IT) 기업인들이 뜨거운 설전을 벌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자기 집 마당을 배경으로 한 페이스북 생중계에서 “AI는 미래에 우리의 인생을 더 낫게 만들 것이며 종말론 시나리오를 부추기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저커버그의 이 같은 발언은 실리콘밸리의 또 다른 거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AI 비관론’을 겨냥한 것이다. 이날 생방송 도중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머스크의 최근 인터뷰를 봤는데 미래에 대한 그의 가장 큰 두려움은 AI였다”며 AI에 대한 저커버그의 생각을 묻자 이같이 답한 것이다. 저커버그는 “여기에 대해 확실한 의견을 갖고 있고, 특히 AI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AI에 대한) 회의론자나 종말론 시나리오를 선전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고 어떤 방식으로는 상당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향후 5∼10년간 AI는 우리 삶의 질을 상당히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머스크 CEO는 전미주지사협의회 하계총회에 참석해 “가장 최신의 AI를 봤는데 내 생각에 사람들은 이것에 대해 매우 우려해야 할 것이며 AI는 인간 문명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 위협이 될 것”이라며 “AI가 일자리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AI 발전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AI의 경우는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매우 드문 비즈니스 영역에 해당한다”며 선제적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I를 둘러싸고 두 CEO 간의 견해차이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머스크는 페이스북이 공개한 개인용 AI 비서 ‘자비스’에 대해 “가전을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것을 AI라고 부르지 않겠다”며 “불을 켜고 온도를 맞추는 소프트웨어는 AI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패턴을 익혀 움직이는 능력이 없다면 진정한 의미의 AI로 부를 수 없다는 것이 머스크의 시각이다. 반면 저커버그는 머스크가 명령을 이해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을 통틀어 AI로 부를 수 있다는 ‘AI 일반론자’이며 AI의 요소가 조금이라도 포함된 소프트웨어라면 포괄적인 AI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실리콘밸리에서 AI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하는 것은 머스크뿐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인간의 일손을 돕는 쪽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게이츠는 “앞으로 몇십년만 지나도 기계의 지능은 우려스러울 만큼 강해질 것”이라며 “나는 머스크 등의 의견에 동의하며 왜 사람들이 (AI 문제를) 걱정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