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성장 보다 빠른 재정 확대...미래부담 키운 '폭줄놀이' 될수도

■경제정책기조 어떻게 달라지나

소득주도성장·일자리중심경제·공정경제·혁신성장 4개의 축

수출 제조대기업 중심에서 가계경제로

사용자 중심 노동시장서 근로자 중심으로

공정 경제 생태계 구축도 강화

예산 기조도 확장









문재인 정부의 첫번째 경제정책 방향을 뜯어보면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와는 전혀 다른 것을 추구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의 문제점인 저성장과 양극화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소득주도와 혁신을 통한 쌍끌이 방식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대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물적자본 투자 중심, 모방형 추격형 성장전략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를 중심에 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의 핵심 목표를 ‘사람중심 경제’로 명명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 등 4대 경제정책 기조를 확정했다.

세부적으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대기업·제조업·수출 부문에 재원을 집중 투입했는데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둔화하는 등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에 가계소득을 늘리는 새로운 실험으로 활로를 열어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보전하고 카드수수료 인하 등도 병행할 방침이다. 0~5세 아동을 둔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이 내년부터 지급되며 청년층에는 심사를 거쳐 뽑힌 사람에게 월 30만원씩 최대 3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한다.


‘일자리 중심 경제’ 부문에도 많은 정책을 담았다. 제조업 해외이전 가속화 등으로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하고 있고 기업 등 사용자 중심의 노동시장·관행이 계속되며 일자리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전산업이 1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 필요한 인원을 보여주는 취업유발계수는 1990년 65명이었지만 2014년 13명으로 급락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처우도 벌어져 월 평균임금은 정규직이 280만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149만원에 그쳤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고 장시간 근로 사업장에 대한 감독 강화로 연간 1,800시간대 근로시간을 실현할 방침이다.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해 상시·지속업무 등 사용사유제한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며 노동시장에 대한 재정투자 규모를 총예산 지출 증가율 이상으로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공정한 경제구조를 구축해 경제주체들이 노력한 만큼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 때도 ‘경제민주화’ 등으로 공정한 시장구조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눈에 띄는 진전이 없었다고 현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30대 그룹 매출액 중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2.2%였지만 올해 56.2%로 대기업 부의 집중도는 더 높아졌다. 이를 위해 규제청문회, 국민참여 쌍방향 규제신문고 등 국민참여형 규제 개선을 추진한다. 독과점을 부르는 각종 진입·영업규제를 전면 재점검할 방침이다. 대기업이 이익을 중소협력사와 공유해 출연할 경우 세액공제를 해주는 협력이익배분제 등 ‘상생협력 지원세제 4대 패키지’도 내놓을 예정이다.

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기자김동연(왼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혁신성장도 강조했다. 전임 정부에서 ‘창조경제’를 강조했지만 잠재성장률 중 생산성을 보여주는 총요소생산성이 계속 쪼그라드는 등 실익이 없었다. 상품시장 규제 정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위, 무역규제는 1위에 달한다. 이를 위해 8월 중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 방침이다.


이 밖에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보다 높게 관리하겠다는 것도 주요한 변화다. 지금까지 정부에서는 1~2년 정도 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웃돈 적은 있어도 5년 연속 웃돈 경우는 드물었다. 적극적인 재정정책보다는 재정건전성을 우선시했는데 기조가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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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에 대해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 정부는 개인소득을 늘리는 것이 소비를 창출하고 결국 중장기 성장잠재력도 높일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이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고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결국 혁신성장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깔아주고 산업적 측면에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생산성이 올라가고 성장동력도 창출되는데 이쪽 측면의 정책은 미흡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확장적 재정정책이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현 정부 재정정책을 보면 공무원 81만명 증원,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 아동수당,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 한번 쓰면 줄일 수 없는 것들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재정정책이란 상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할 수 있게 설계돼야 하는데 앞으로도 팽창적 재정정책을 쓸 수밖에 없게 한다는 것이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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