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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 ‘왕은 사랑한다’, ‘역적’-‘군주’ 이어 MBC 사극 자존심 지키려면

MBC 월화드라마 ‘왕은 사랑한다’가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과 ‘군주-가면의 주인’의 뒤를 이어 MBC 사극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까.

‘왕은 사랑한다’는 고려를 배경으로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욕망을 그린 팩션 멜로 사극. 임시완, 임윤아, 홍종현 등 핫한 배우들의 출연과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힐러’로 유명한 송지나 작가의 극본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데다 100% 사전제작으로 이뤄지니 드라마의 완성도도 기대됐다.




/사진=서울경제스타DB/사진=서울경제스타DB


첫 방송에서는 7.8%, 8.1%(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생각만큼 높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상승할 것을 기대하면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그러나 다음 날 방송된 3회와 4회에서 5.1%와 6.0%로 시청률이 하락했다. 5회부터는 SBS ‘조작’과의 경쟁도 더해졌다. ‘피고인’과 ‘귓속말’을 잇는 SBS 장르물의 재림은 ‘왕은 사랑한다’에 경각심을 안기기 충분했다.

MBC 측에서는 SBS ‘엽기적인 그녀’ 종영 이후 어떤 방송을 볼까 고민하고 있을 시청자들을 위해 ‘왕은 사랑한다’ 몰아보기를 준비했다. 5회 방송 직전 ‘30분 특별판’을 편성한 것이다. 총 2시간 분량의 4회를 30분에 압축해서 보여준 친절한 특별판이었다. 송지나 작가가 자막과 내레이션을 집필했다. 편집 순서도 재배치 해 당시 역사적인 배경을 이해시키고자 했다.

같은 날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순수하게 홍보를 위한 것일 뿐, 타 드라마의 첫 방송이나 시청률 하락을 의식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MBC 측의 의도를 떠나서, 방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는 기대는 해볼 수 있었다. 특별판과 간담회의 영향일까. 6.2%, 7.0%로 시청률이 상승했다. 그러나 첫 회부터 11.6%와 12.6%를 기록한 ‘조작’에 밀려 동시간대 2위에 머물렀다.

‘왕은 사랑한다’는 앞서 언급된 ‘역적’, ‘군주’와 비교해 로맨스에 더욱 초점을 뒀다. 초반 4회에서는 임시완, 임윤아, 홍종현이 인연을 맺게 된 과정과 서로에게 갖는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 그러나 최근 시청자들은 사랑타령만 하기 보다는 핵심 주제를 명확히 보여주는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극중 인물이 목표하는 바가 확실한 후에 사랑이 곁들여져야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사극에서는 하나의 절대적인 권력을 두고 다투는 내용이 주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주인공이 권력을 쟁취할 때 대리만족하고 쾌감을 느낀다. ‘역적’과 ‘군주’도 그런 부분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역적’에서는 길동이 연산을 처단하는, ‘군주’에서는 세자가 가면을 벗고 진정한 왕위를 되찾는 과정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사진=서울경제스타DB/사진=서울경제스타DB


‘왕은 사랑한다’의 핵심 인물인 세자 왕원(임시완 분)의 존재감은 초반부에서 다소 옅었다. 세자가 고난을 극복하고 왕위에 올라야만 한다는 당위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아버지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세자에 동정심을 일게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또 다른 왕족이자 세자의 벗인 왕린(홍종현 분)의 하드캐리가 빛났다.


김상협 PD는 앞서 “원작소설 속 충선왕은 파괴적이지만 고려를 개혁적으로 끌고 가려고도 했고, 멜로적인 부분도 있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혼혈왕과 순혈 왕족, 고려 최고 거부의 딸의 관계와 위치를 더욱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이들이 만들어내는 사랑과 갈등에 개연성이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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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으로 지켜볼 여지는 충분하다.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은 “앞으로 펼쳐지는 내용에는 정치적인 것과 로맨스가 절묘하게 들어가 있다. 원을 둘러싼 갈등 구조가 5회부터 나올 거다”, “세 명의 우정과 사랑도 있지만 부모와의 사랑도 있고 정치적인 것도 분명히 다뤄진다. 굉장히 볼거리가 많다”고 자신했다.

‘왕은 사랑한다’ 측에서도 정치적 갈등을 본격적으로 풀어내기 위해 역사적 배경을 다시 한 번 설명했다. 특별판에서 세자 왕원과 아버지 충렬왕,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칸의 딸이자 왕원의 어머니 원성공주의 갈등 관계, 고려와 원나라 조정의 배경 설명에 집중했다. 5회 앞부분에는 이 내용이 텍스트 설명으로 나가기도 했다.

이번 주 방송분에서는 세자를 둘러싼 정치 세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자와 왕의 사이를 더욱 벌려 놓기 위한 암투가 등장한 것이다. 왕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백성들에게도 큰 지지를 받지 못하며 주눅 든 모습을 보여줬던 세자는 왕과 신하들 앞에 나섰다. 반역죄를 뒤집어쓸 뻔한 자신의 벗 왕린을 감싸주고 진범 찾기에 나섰다.

/사진=MBC ‘왕은 사랑한다’/사진=MBC ‘왕은 사랑한다’


세자의 활약에 힘입어 시청률도 상승세를 탔다. 지난 26일 방송된 7, 8회에서 7.0%, 7.2%를 기록한 것이다. 첫 회와 비교할 때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2주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치적 긴장감과 세 남녀의 애틋한 로맨스 사이 적절한 줄다리기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탐미주의 사극’을 표방한 만큼 영상미에서는 이미 완벽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범상치 않은 주연배우 세 명의 비주얼을 비롯해, 이들을 둘러싼 배경이 무척이나 섬세하고 아름답다. 8회 마지막에서 달리기하는 장면은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MBC에서 시청률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한 작품은 ‘역적’과 ‘군주’ 두 사극뿐이었다. 그야말로 사극에서 웃고 현대극에서 울었던 MBC다. 현재 ‘왕은 사랑한다’에 출연하는 배우 및 작가, 연출, 미술팀을 비롯한 제작진에 방송사까지 모두 ‘열일’ 중이다. ‘왕은 사랑한다’가 하반기 MBC 드라마국을 행복한 웃음으로 물들일 수 있을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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