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 치고 가재 잡고, 꿩 먹고 알 먹고, 마당 쓸고 돈도 줍고….’
상장사들이 현금배당을 늘리면서 ‘1석4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수익이 늘어나고 기업은 물론 대주주들까지 배당 확대에 따른 수혜를 누리며 모두를 만족시키는 셈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4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맞아 중간배당을 발표하는 상장사들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삼성전자(005930) 외에도 전날 현대차(005380)·SK이노베이션(096770)·한솔제지(213500)·KPX케미칼(025000)·보광산업(225530) 등을 비롯해 이달 들어서만 대교(019680)·하나금융지주(086790)·KCC(002380)·하나투어(039130) 등이 중간배당을 확정했다. 앞으로도 SK텔레콤(017670)·S-OIL·우리은행(000030)·ING생명 등이 중간배당을 예고한 상태다. 배당수익을 통해 은행 정기예금 수준의 안정적 이익을 확보한 채 주가 상승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배당주 투자는 매력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당이 늘어나면 주가도 긍정적 흐름을 보이는 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5일 창사 이래 첫 중간배당을 예고했다. 관련 소식에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후 약 40여일간 10% 가깝게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하락에 발목 잡혀 이날 실망스러운 2·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중간배당을 통해 하반기 실적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주가 하락 폭을 1.69%에서 막아냈다. ING생명도 지난 13일 기말 배당과 중간 배당으로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주주들과 나누겠다고 밝힌 후 외국인 매수세가 크게 증가했다.
배당을 늘리면서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 효과도 기대된다. 기업들은 지배구조 개선, 경영 투명성 확대, 주주가치 강화 등의 정책 방향에 배당 확대로 화답하며 정부와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정부 ‘최순실 국정농단’에 얽혀 어려움을 겪은 대기업들은 새 정부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한 수혜 역시 기업 오너들의 몫이다. 대주주로 자신들 역시 배당금을 두둑하게 받을 수 있어서다. 현대자동차 오너 일가는 2·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올해 실적 악화로 인해 코스피 상승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 혜택을 전혀 못 보고 있지만 전날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하며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각각 약 114억원과 50억원을 챙기게 됐다. 구속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58억원 이상의 배당 수익이 다음달 16일 통장에 꽂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