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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양정우 PD가 말하는 ‘알쓸신잡’ 수다의 후일담

tvN ‘알고보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합사전’(이하 ‘알쓸신잡’)은 지난 8회 동안 전국 10개 도시(통영, 순천, 보성, 강릉, 경주, 공주, 세종, 부여, 춘천, 전주)를 여행해 왔다.

지역마다 방문한 관광지가 125군데, 여행 중 먹은 음식은 57가지가 넘었으며, 여행시간 회당 평균 16시간이었다. 이 시간 속에서 ‘알쓸신잡’에 출연했던 잡합박사 유시민작가, 황교익 칼럼니스트, 김영하 작가, 정재승 뇌과학자가, 그리고 유희열은 다양한 내용의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지, 주제 내용의 수는 총 282개가 넘을 정도였다. 잡학박사들이 여행을 통해 나눈 여러 지식들은 그야말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가볍고도 풍부했다.




사진=CJ E&M사진=CJ E&M


어디를 떠나든지 간에 전국 각지, 이야기 거리들은 많이 널려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 시즌에서 떠난 10개의 여행지는 어떤 기준으로 결정이 된 것일까.

“‘어디를 여행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큰 그림은 없어요. 그때그때 선생님들의 호기심과, ‘이때 쯤 이 고장은 이게 맛있어’ ‘여기 가 봤는데 그거 한 번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 등과 같은 선생님의 추천에 의해 결정해요. 선생님들 모두 동의하시면 그때 자료 준비를 하고 움직이죠. 물론 저도 제시는 하지만 선생님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요.”

양정우 PD는 ‘알쓸신잡’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첫 회’를 꼽았다. 인문학과 예능이 만난만큼,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시청자들로부터 어떤 반응이 오게 될지 쉽게 가늠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 가운데 받게 된 첫 회의 반응은 대중으로부터 처음으로 받게 된 ‘알쓸신잡’의 피드백이었던 것이다.

“방송이 나갔을 때 정말 신기했어요. 물로 저희는 이 프로그램이 선생님들의 말씀이 화제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했지만 실제 방송이 된 이후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백석’ ‘박경리’ ‘토지’ 등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단어들이 엄청 올라오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이런 것에도 관심을 보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알쓸신잡’의 첫 회에서 정재승 교수가 언급한 ‘이순신의 숨결’ 에피소드는, 각 계 전문 지식인들의 수다가 총동원 된 프로그램의 성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예 중 하나였다. 당시 정재승 작가는 “과학자가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냐?”는 유시민 작가의 질문에 “이순신 장군의 숨결이 지구 대기권 어디에 흩어져 있을 텐데 그 공기 분자가 나한테 들어올 확률을 계산해봤다”라고 응수하면서 이순신의 숨결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내 감탄과 놀라움, 그리고 웃음을 동시에 전달해 주었다.

사진=‘알쓸신잡’ 캡처사진=‘알쓸신잡’ 캡처


“‘이순신의 숨결’에피소드가 나가고 현장에서 환호성이 터졌어요. ‘이순신의 숨결’ 에피소드가 나오기 전까지 정재승 교수님이 한 마디 못하다가, 저에게 오더니 ‘이순신에 대해 할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계획은 없었지만 믿고 따라간 대화였죠. 그런 저희도 찍기 전에 몰랐던 것을 ‘이순신의 숨결’을 통해서 알게 돈 것이 많아요. 그래서 선생님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계획되지 않은 주제들도 믿고 맡깁니다. 하하.”

재미있는 사실은 2회까지 ‘알쓸신잡’ 잡학박사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들이 ‘의식의 흐름’처럼 이리저리 튀었다면, 3화부터는 하나의 연관성을 가진 흐름으로 이야기가 전개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정우 PD는 “2회까지는 방송이 된 것을 보지 못했고, 3회 부터는 방송을 보고 피드백을 받고 오신 것”이라며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알쓸신잡’은 편집이 쉬운 프로그램은 아니에요. 저희가 먼저 이해를 해야지 편집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공부도 많이 해야 하죠. 사실관계가 틀리면 선생님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에 자문도 많이 받아요.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는 프로그램이지만, 그래도 장점은 많아요.(웃음) 대표적인 예가 코끼리와 상상 이야기였다는데, 4분 동안 한 이야기가 다 편집되지 않고 방송에 나갔거든요. 선생님들께서 글도 많이 쓰고 말씀도 많이 하시다보니 대화에 기승전결이 다 있어서 제가 손 댈 곳이 없다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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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우 PD의 말처럼 ‘알쓸신잡’은 편집이 쉬운 프로그램이 아니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방송이 나가기 전 알아둬야 할 지식도 양도 많을뿐더러, 만약 잡학박사들이 자신의 분야가 아닌 부분의 이야기를 하게 될 경우 이에 대한 사실여부도 꼼꼼하게 체크해 봐야 한다. ‘알쓸신잡’이 같은 부분을 놓쳤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정재승 교수의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 부분에서 잘 드러났다.

지난 6월 정재승 교수가 자신의 SNS에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윤종일 교수가 연구실에 항의성 방문을 하셨다.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와 제가 한 원전 발언이 문제가 있다고 학과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우려를 표명하여 제게 면담을 신청하셨다. 체르노빌 사고와 후쿠시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매우 적으며 원자력 발전이 굉장히 안전하고 경제적이라는 내용이었다. 화를 하면서, 원자력공학을 하시는 분들의 생각과 고민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는 글을 올리면서 자신과 전문가와의 의견차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방대한 내용의 지식을 다루는 ‘알쓸신잡’인 만큼 프로그램이 계속될수록 이와 문제들은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잡학박사들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 자칫 사실이 아니거나 혹은 문제의 여지를 남기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그럴수록 철저한 검증을 거치거나, 혹은 ‘출연진의 주장’이라고 선을 긋는 등의 제작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실 고민이 많아요.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가 전파를 탄 뒤 저에게 논문단위의 메일들이 많이 왔어요. 메일의 내용은 ‘너네가 틀렸으니 고쳐’가 아니라,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들도 있으니 이런 부분도 함께 언급됐으면 좋겠다’라며 자세하게 적혀있더라고요. 이 같은 피드백은 처음이었어요. 저희가 정보, 뉴스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이니 부족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원자력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사실이 아닌,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다양한 사실과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할 수 있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양정우 PD는 ‘알쓸신잡’을 통해 “많이 배운다”고 고백했다. 무엇을 배우느냐는 질문에 양정우 PD는 “지식보다는 태도를 많이 배운다”고 말했다.

“선생님들 모두 들을 자세와 준비가 돼 있으세요. 현장에서 정말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려 하시죠. 어느 정도냐면 현장에 있는 막내 스태프들에게까지 가셔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 현재 어떤 고민이 있는지 등을 궁금해 하시고 듣고 싶어하세요. 관심을 가지시는 거죠. 말이 쉽지 사실 이런 것들은 촬영현장에서 흔한 일이 아니에요.”

“지식인이라고 불리는 이들 대부분 자신의 분야를 깊게 파지, 잡학 박사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고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고 말한 양정우 PD는 ‘알쓸신잡’에 모인 4명의 잡학박사 모두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분야에 호기심이 많다“고 증언했다.

“‘알쓸신잡’의 선생님들은 누구 하나 다 빠짐없이 호기심도 많으시고 들으려는 준비가 다 돼 있으세요. 지위도 있고 아는 것도 많은데, 막내의 이야기까지 듣고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또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신가 봅니다. 하하.”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금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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