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기춘, ‘블랙리스트’ 이어 ‘화이트리스트’로 법정 서나

김기춘, ‘블랙리스트’ 이어 ‘화이트리스트’로 법정 서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의 작성·관리를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이 사건과 닮은꼴 ‘쌍둥이’라 할 만한 ‘화이트리스트’ 사건으로도 법의 심판을 받게 될 전망이다.


3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는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지원 및 관제 시위 의혹에 대해 막바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은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지시해 어버이연합 등 보수 성향 단체에 집중적인 자금 지원을 했다는 의혹이다.

이 수사는 작년 경실련 등이 어버이연합에 대한 청와대의 우회 지원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관제데모 사주 의혹 등의 수사 결과를 인계하면서 보수단체에 대한 조직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불어났다.

특검은 최종 수사 결과를 통해 청와대가 정무수석실 주도로 2014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전경련을 통해 총 68억원을 대기업에서 걷어 특정 보수단체에 지원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이 사건이 특검법이 명시한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보고 사건 기록과 증거를 검찰로 인계해 수사하도록 했다.

그간 검찰과 특검은 화이트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허현준 전 선임행정관, 이승철 전경련 전 상근부회장,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김모 자유총연맹 전 사무총장 등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조윤선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등도 소환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검찰은 이 사건에 청와대 고위 공직자 등 ‘윗선’이 개입했다고 보고 김 전 실장 등을 블랙리스트 사건과 마찬가지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법원이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의혹’에 유죄를 선고함에 따라 검찰이 기소에 나설 논리적 기반이 더 탄탄해진 셈이 됐다.


법원은 1심 판결문에서 “정치권력이 기호에 따라 지원을 배제한 것은 헌법 정신에 위배된다”며 “좌편향 시정을 통해 정책 결정을 시행한 것으로 평가받으려면 투명하게 추진했어야 하나 이 사건은 반대로 은밀하고 위법한 방식으로 진행됐고, 배제 잣대도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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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법원의 판단은 ‘지원 배제’의 반대편인 ‘지원 결정’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는 논리라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블랙리스트 판결이 화이트리스트 수사에도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문을 입수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당초 검찰이 이달 중 화이트리스트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온 만큼, 판결문 검토 후 최종 기소 범위를 판단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최근 청와대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이전 정부 문건을 수사 자료로 활용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정무수석실, 정책조정수석실 등에서 생산한 이들 문건의 사본은 현재 특검에서 내용을 분석하는 중이고, 이 가운데 일부만 검찰로 이첩된 상황이다.

문건 중에는 보수논객 육성 프로그램 활성화, 보수단체 재정 확충 지원대책, 신생 보수단체 기금 지원 검토 등 화이트리스트 수사와 연관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경련에 지시해 보수단체에 자금을 지원토록 했다는 수사의 중점 의혹과 달리 이 내용은 정책적 지원에 가까워 위법 여부를 더 세심히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 내용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를 수사에 참고할지, 참고할 수 있도록 문건이 전달될 때까지 기다릴지 등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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