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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공모주 패스 합시다"…개미의 반란

"공모가 거품" 조직적 거부 나서

활황장서 개미 소외에 반발 심리



#. 은퇴 후 공모주 투자에 재미를 들인 60대 개인투자자 손모씨는 최근 한 대형주의 청약을 앞두고 고민을 하던 중 과감히 포기를 결정했다. 평소 투자정보를 자주 얻는 온라인 투자 카페에서 ‘이번 청약은 ‘패스’하자’ ‘힘을 합쳐 청약 경쟁률을 미달을 내자’는 글이 연거푸 올라오자 ‘결단’을 내린 것이다. 손씨는 “‘대어’라지만 기업가치에 확신하기 어렵고 공모가도 밴드 상단에 비교적 높게 결정되자 ‘상장 후 수익률이 안 나면 투자자만 손해’라는 생각이 퍼진 탓”이라고 말했다.

공모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꼼꼼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공모가가 과대평가됐다고 판단되면 ‘나쁜 공모주’라며 조직적인 거부도 불사한다. ‘상승장에도 개미는 소외당한다’는 인식을 깨려는 개미의 등장이다.

3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청약 때마다 해당 카페들에는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글들이 쏟아진다. 한 투자자는 ‘최근 희망공모가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가 결정되는 사례가 많고 공모가 부풀리기 논란도 끊이지 않아 적정한 가격을 정한 건지 의구심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공모가 3만5,000원 이상은 모두 과대평가된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글도 보였다.


실제 올 상반기 기업공개(IPO)에서 특히 ‘수익을 보장한다’는 대형주일수록 경쟁률이 낮다. 지난 4월 공모 규모가 2조6,617억원인 넷마블게임즈(공모가 15만7,000원)의 청약 경쟁률은 29대1을 기록했다. 같은 달 1조1,055억원의 ING생명(공모가 3만3,000원)은 0.82대1로 청약 미달이 났다. 7월 셀트리온헬스케어 역시 6.95대1에 그쳤다. 올해 상반기 상장된 21개 기업의 평균 청약경쟁률은 428대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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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는 최근 공모주 수익률이 예전만 못한 것을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넷마블게임즈와 ING생명은 공모가 대비 수익률(지난 25일 기준)이 각각 -1.27%, 3.03%에 그쳤다. 6월 큰 주목을 받으며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하림그룹 지주사 제일홀딩스도 마이너스(-7.97%) 수익률이다. 오히려 덴티움(54.53%), 신신제약(90.44%) 등 코스닥 상장 중소형주의 수익률이 높았다.

근본적으로는 주식시장이 활황이어도 개미는 자꾸 소외되는 현상에 대한 반발 심리가 밑바탕에 있다. 또 다른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물론 경쟁률이 낮아도 막상 상장 후 주가가 오르는 경우도 있는 등 한계 역시 뚜렷하지만 과거처럼 ‘묻지마 청약’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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