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 CGV에서는 영화 ‘브이아이피’(V.I.P)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박훈정 감독, 배우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이 참석했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
박훈정 감독은 ‘부당거래’ 각본, ‘신세계’ 연출로 한국형 범죄 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박훈정 감독은 전작을 뛰어넘은 새로운 유형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이날 박훈정 감독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다. 편집을 되도록 많이 안 하고 많은 것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라고 영화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범죄영화 장르지만, 조직 폭력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브이아이피’는 국가 기관들의 정치와 이해 관계를 그린다.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을 둘러싸고 그를 확보하려는 국정원, 경찰청, 보안성, CIA의 첨예한 대립은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을 선사한다.
박 감독은 “소재도 깡패가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다. 국가들이 이해관계로 충돌하는 이야기다. 돈에 관련한 주제가 아니다”라고 설명을 이었다.
‘브이아이피’는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이종석의 화려한 네 배우를 캐스팅해 눈길을 끈다. 그 이유로는 “시나리오를 쓸 때 특정 배우를 염두하고 쓰지는 않는다. 다 쓰고나서 캐스팅할 때가 되면 캐릭터와 어울리는 배우들이 떠오른다. 스케줄들을 먼저 파악했다. 시간이 맞는 분들 중에서 역할에 맞는 분을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국정원 간부 역으로 박성웅을 캐스팅한 배경으로는 “캐릭터가 딱 맞았다. 2회차 출연이었다. 우정출연보다는 더 특별한 ‘특별출연’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는 판이 더 커지고 이해관계들이 더 많이 충돌한다”고 영화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박훈정 감독은 까다로운 소재를 다룬 이유로 “기획 기순이 현재 우리나라로서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과거에는 그런 일들이 좀 있었다는 자료가 있었다. 귀순자가 V.I.P이고 특히 ‘괴물’이라고 했을 경우 국가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지는 구도가 이야기적으로 끌렸다”고 밝혔다.
이종석을 특별히 V.I.P로 캐스팅한 의도로는 “내가 처음에 이종석에게 살을 찌우라 했다. 북한의 V.I.P의 이미지에 익숙해서 그랬다. 그런데 자료조사를 하면서 북한의 고위층 간부의 자제들을 보니 남한의 젊은이들과 외형상 거의 같더라. 특수한 신분으로서 특권을 누리기 때문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북한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던 이미지가 중세 봉건시대에 영주의 아들 같은 이미지였다. 이종석이 귀족처럼 생겼다”고 답했다.
극 중 장동건은 VIP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는 국정원 요원 박재혁으로 분했다. 이날 장동건은 “전작들에서 내가 전쟁영화 등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이번에는 그런 건 없었다. 국정원이라는 캐릭터가 한국 영화에서 자주 소개되는 직업군인데, 상투적인 첩보원 느낌이 아니라 현실적이더라. 기업의 부장님 느낌으로 접근하면 현실적이겠더라”고 캐릭터 접근 과정을 언급했다.
멀티 캐스팅 영화에서 처음으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 소감으로 “평소에 굉장히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이었다. 오랫동안 영화 작업을 했지만 공교롭게도 마주칠 기회가 없었던 분들이었다. 같이 작업한다고 했을 때 굉장히 설렜다. 현장에서 (이)종석 씨는 20대임에도 굉장히 연기를 잘 하더라. 고맙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명민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박희순은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했는데 소탈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크신 분이었다. 나도 마음 속으로 많이 의지하며 작업했다”고 덧붙였다.
VIP 김광일을 쫓는 경찰청 형사 채이도 역의 김명민은 “담배와 욕을 끊이지 않고 했다. 나만의 특화된 점으로 어떻게 풀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설정을 하지 말고 현장에서 놀라고 하더라. 맛집 얘기를 하는 식으로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장동건, 이종석과는 오히려 편하게 작업했다. 나는 비주얼에 욕심 없기 때문”이라고 터놓았다. 이에 장동건은 “이게(잘생김) 가린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라... 노력한다고 안 되는 게 있더라”고 웃음을 자아냈다.
김명민은 출연진 중 막내 배우인 이종석에 대해 “굉장히 열정적이어서 놀랐다. 그런 이종석의 노력과 열정이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이종석의 연기를 보고 소름이 돋은 적도 있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과거 북한에서 김광일을 체포하려던 보안성 공작원 리대범 역의 박희순은 “예전에는 배우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기는 감독이었다. 지금은 대충 연기하라고는 하지만 정작 자신은 열심히 한다”고 박훈정 감독의 열정에 혀를 내둘렀다.
VIP 김광일 역을 맡은 이종석은 “촬영하면서 수갑을 차고 있던 신이 있었다. 감독님의 지시대로 무기력하고 나른하게 연기해서 오히려 부상은 없었다”고 전했다. 충무로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과의 작업으로는 “내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어야 했는데, 김명민 선배님께서 그 역할을 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종석은 “많은 작품들에서 악인들을 다뤘었다. 이번에 나는 힘을 빼고 연기했다”며 “사투리도 ‘코리아’, ‘닥터이방인’ 때보다 더 안썼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선 브이아이피니까 살을 찌우라고 하셨다. 그런데 막상 찌고 가니 다시 빼라고 하시더라”며 촬영 중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전했다.
충무로에서 ‘브로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 이 가운데 ‘브이아이피’만의 강점으로는 “이번 작품에서 장동건과 김명민 선배님께서 많이 친해지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장동건은 “극 중에서도 대립하고 가장 많이 마주쳤다. 김명민이 현장에서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해줘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명민은 “극 중에서는 브로케미는 없지만, 후반부에서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적으로 장동건과 많이 친해졌다”고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한편 ‘브이아이피’는 8월 24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