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중국의 피카소' 치바이스를 만나다

예술의전당서 전시회

풍자·우화로 사물 치밀하게 묘사

20세기 亞미술 최고봉으로 꼽혀

136점 보험가액 1,500억 달해

치바이스의 ‘서락도책’ 중 늙은 쥐와 당근 /사진제공=예술의전당치바이스의 ‘서락도책’ 중 늙은 쥐와 당근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며 인민예술가 반열에 오른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의 작품들이 한국에 왔다.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전시장 2층에서 개막해 오는 10월 8일까지 열리는 ‘치바이스-목장(木匠)에서 거장(巨匠)까지’에는 중국 호남성박물관이 소장한 치바이스의 대표작 50점을 비롯해 치바이스기념관이 대여해 준 유품과 자료 83점, 국내 소장작 3점 등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1년 중국 경매업체 가디언이 베이징에서 개최한 경매에서 ‘송백고립도·전서사언련’아 714억5,000여만원에 낙찰되는 등 작품이 고가인 탓에 보험가액만 1,500억원에 달하는 귀한 전시다.

‘치바이스 컬러’라 할 만한 강렬한 원색이 돋보이는 화사한 꽃 그림을 칭송하는 이들도 많지만 백미는 새우 그림이다. 이번 전시에도 나온 ‘새우’는 윤곽선 없이 몰골법으로 그린 8마리의 새우들이 살아있는 듯 생생하게 몸을 비틀며 뒤엉켜 있다. 마치 새우 껍질처럼 투명한 먹색은 일필(一筆)로 그려낸 것으로, 기민하게 농묵으로 찍은 까만 새우 눈까지 감탄을 자아낸다.

치바이스가 1940년 무렵 그린 ‘병아리와 풀벌레’, 중국호남성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치바이스가 1940년 무렵 그린 ‘병아리와 풀벌레’, 중국호남성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열 마리의 병아리가 풀벌레 한 마리를 쫓아가는 ‘병아리와 풀벌레’, 한가로운 시간을 즐기는 소를 운치있게 그린 ‘물소’, 한없이 늘어진 수양버들이 세상사 시름을 잊게 하는 ‘수양버들’ 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치바이스는 중국뿐 아니라 20세기 동아시아 미술의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중국 서화가로는 치바이스와 장다첸(張大千)이 양대산맥을 이루지만, 대중적 인기나 예술적 경지에서는 치바이스가 ‘한 수 위’라는 견해도 많다. 세계적 미술시장전문 매체인 아트프라이스가 집계한 2010년 미술경매 낙찰규모에서는 총 3억3,900만달러 어치의 작품이 낙찰돼 피카소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치바이스의 미술세계가 제대로 평가된 결과겠지만 당시 중국의 경제성장을 배경으로 미술시장에서 중화권 파워가 절정에 오른 까닭에 한동안 “새우 한 마리당 몇 억원”하는 식으로 작품가가 치솟아 과열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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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치바이스는 호남성 샹탄현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농사일을 하기에는 몸이 약해 14세부터 목공일을 배웠고 틈틈이 일감 없는 밤 시간에 그림을 그리다 제대로 붓질을 배운 것은 27세, 그림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30세였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그림을 익혔으나 자연과 일상을 보는 관찰력, 애정어린 시선이 남달랐다.

치바이스의 1948년작 ‘새우’, 중국호남성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치바이스의 1948년작 ‘새우’, 중국호남성박물관 소장. /사진제공=예술의전당


치바이스 예술의 아름다움은 ‘천진난만’에 있다. 어린아이같은 순수한 눈으로 사소한 것에서 소재를 얻되 필력은 큰 칼을 휘두르듯 과감하고 색감은 강렬하며 공간은 허허실실(虛虛實實)하되 묘사는 치밀하다. 이동국 서예부 수석큐레이터는 “치바이스는 낡은 봉건주의 관습에 얽매이거나 시세에도 영합하지 않았고, 철저하게 실존을 직시하며 정치인이나 관리들을 경계 비판하는 입장에 섰다”면서 “시대와 사회를 생활 주변의 물상을 가지고 풍자와 우화로, 해학과 골계로 필묵으로 비틀고 녹여내며 예술도 그같은 외길을 걸었다”고 말했다. 치바이스는 97세까지 장수했는데 80살이 넘어서야 “그림다운 그림이 나왔다”고 할 정도로 죽는 날까지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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