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위가 출범하자마자 법정 다툼에 휘말린 것은 원전 정책의 중요성이나 위원회의 위상을 고려할 때 안타까운 일이다. 광범위한 국민 여론을 수렴해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원전의 방향을 이끌어내야 할 위원회로서는 출발부터 큰 상처를 입은 셈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애초부터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몰아붙인 정부의 책임이 크다. 소송단은 “정부가 관련법에 따른 에너지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공론화위를 구성한 것은 절차상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론화위는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초헌법적 기구로 원전 건설을 중단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정부와 공론화위가 출범 직후 결정 과정의 책임을 떠넘기며 혼선을 빚었던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이런데도 정부는 46억원의 홍보비용을 책정하고 탈원전 홍보전에 나서 위원회의 독립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새 정부의 정책이 툭하면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빚으며 불필요한 소모전이 되풀이되는 현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경제신문이 서경펠로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탈원전의 최대 문제점으로 ‘졸속 결정과 추진’을 꼽았을 정도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부의 요금할인 정책에 대한 소송을 검토 중이며 프랜차이즈 업계도 원가공개 요구에 맞서 법률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정책추진 과정에서 법적 근거부터 마련하고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국정의 신뢰를 회복하고 아마추어 정부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