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휴-색다른 자연 만끽 '제주 효돈천 트레킹'] 용암이 빚은 계곡·바위...太古의 신비를 깨우다

수만년전 백록담 용암이 만든 '작품'

하천 주변 조면암·현무암·스코리어 등

기묘한 바위들 흩어져 마치 우주 온 듯

효돈천 하천트레킹은 ‘효돈귤’로 유명한 하례리 일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바닥을 걷는 탐방프로그램이다.효돈천 하천트레킹은 ‘효돈귤’로 유명한 하례리 일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바닥을 걷는 탐방프로그램이다.


‘도대체 이 하천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차도에서 꺾어 들어와 주차를 한 후 숲 아랫길을 따라 밧줄을 잡고 5분쯤 내려갔을까. 태곳적 한라산 백록담에서 용암이 분출해 흘러내린 계곡의 심연을 딛고 서 있었다. 이런 기기묘묘한 지형은 제주 안덕계곡에서, 울진 왕피천 제2탐방로에서 경험한 적이 있었지만 그 두 곳과는 또 다른 지형이었다. 아마도 다른 별, 다른 우주인 듯싶었다. 흙이라고는 냇물 아래에 깔린 한 줌뿐. 사위는 온통 흰색의 바위였다. 위를 올려다보니 계곡 양쪽으로 20여m쯤 솟구친 바위 틈으로 파란색 하늘이 보일 뿐 주위는 온통 돌무더기로 둘러싸여 있었다. 효돈천 트레킹…. 하례리 마을청년 두 명과 시작한 생경한 모험은 그렇게 시작됐다.


10여년 전 가슴에 제주 하천 트레킹의 불을 지펴 준 이는 사진작가 배병우씨였다. 나는 그의 작품 ‘소나무’가 영국 가수 엘턴 존에게 당시로는 사진 작품 중 국내 최고가인 1억원에 팔린 것을 취재하러 파주 헤이리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했었다. 그때 그는 내게 “언제 기회가 되면 제주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보라. 바닷가에서 시작해 한라산 정상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정말 장엄한 경관이 펼쳐진다”고 권했다.

거장에게 들은 경험담을 가슴에 새겨 놓고 잊은 지 10년이 흘렀다. 그러다 두 달 전 제주관광공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7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www.visitjeju.net)’을 살펴보던 중 ‘효돈천 하천 트레킹’이 눈에 띄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10년 전 묻어 두었던 기억의 편린은 내 머릿속에서 새벽 물안개처럼 피어올랐다.

효돈천 하천 트레킹은 ‘효돈귤’로 유명한 하례리 일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바닥을 걷는 탐방 프로그램이다. 찾은 날이 평일인 탓인지 탐방객은 아무도 없었다. 그럼에도 이장 현경진씨가 직접 안내에 나섰다. 첫 구간부터 직벽에 가까운 내리막길 옆으로 로프가 걸려 있었다. 이 줄을 붙들고 바닥으로 내려가자 수만년 전 백록담이 분출할 때 용암으로 쏟아져 내려 굳어진 흰색 바위들이 사방을 에워 싸고 있었다.

효돈천 하천트레킹은 ‘효돈귤’로 유명한 하례리 일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바닥을 걷는 탐방프로그램이다.효돈천 하천트레킹은 ‘효돈귤’로 유명한 하례리 일대를 굽이쳐 흐르는 하천 바닥을 걷는 탐방프로그램이다.


바위 틈새를 누비며 용암 하천계곡을 따라 걷는 이 체험은 서귀포 하례리 주민들이 인솔자로 나서는 생태관광 프로그램이다. 현 이장은 “원래 개척해놓은 트레킹 구간은 걸서악 남사면 근처에서 장구도까지 2㎞”라며 “하지만 일반 탐방객들에게는 700m 구간만 공개하고 있는데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말했다.


트레킹이 시작되는 하례1리 북쪽에는 갈새오름이 버티고 서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고 그 옆으로는 생물권보전지역인 효돈천이 흐르고 있다. 성수기의 경우 하루에 1~2회 탐방객을 받는데 보통 20~30명 정도가 예약을 한다. 탐방객 10명당 마을주민 두 명이 따라붙어 안내를 하며 안전을 확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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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이장은 “하천 주변에는 조면암, 현무암, 스코리어(scoria·화산이 폭발할 때 생성된 쇄설물) 등이 흩어져 있다”며 “하천 바닥에서 지표까지는 30~40m 정도 깊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위쪽을 바라보니 까마득히 높은 곳 위로 하늘을 가린 나무들이 보였고 가지에는 비닐이 걸려 있었다. 사람이 일부러 나뭇가지에 그것을 걸어놓지는 않았을 터. 현 이장에게 “비닐이 걸려 있는 것은 비에 떠내려온 것이냐. 그렇다면 물이 30m나 차오른다는 얘기냐”고 물었더니 그는 “차오르는 것은 물론이고 가끔은 범람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트레킹을 이어 가는 도중 간간이 바위를 건너뛰거나 올라가야 할 때 어디를 디뎌야 할지 난감한 순간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두 마을청년은 “1m 앞에 있는 움푹 패인 부분을 왼쪽 발로 밟고 오른쪽 발을 그 앞에 있는 바위로 옮겨 놓으라”는 식으로 안내를 했다. 길이 끊기는 곳도 있었는데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밧줄이 내려져 있었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딛거나 건너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효돈천 트레킹 중에는 길이 끊기기도 하는데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밧줄이 내려져 있어 줄을 잡고 이동할 수 있다.효돈천 트레킹 중에는 길이 끊기기도 하는데 그런 곳에는 어김없이 밧줄이 내려져 있어 줄을 잡고 이동할 수 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40분쯤 지나자 옷이 땀으로 젖었고 숨이 차올랐다. 현 이장은 “앞으로 200m가량 남았다”며 “단체 탐방객들은 안전하게 바위를 건너게 해줘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오늘은 쉬지 않고 걸어서 빨리 끝날 것 같다”고 말했다.

천연보호구역인 효돈천에 트레킹 코스를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산악인들로부터 컨설팅을 받아 7월부터 체험을 시작했는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트레킹을 마치고 만난 윤순희 제주생태관광 대표이사는 “효돈천 트레킹은 어릴 적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마을주민들이 직접 하천을 걸어보고 주민 주도형으로 조성한 체험”이라며 “단순히 경관만을 소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를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지형이 워낙 험하다 보니 외지인들끼리 하천으로 내려가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며 “상세한 위치를 노출시키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트레킹 문의 및 예약 (064)767-0144 또는 www.ecori.co.kr /글·사진(제주)=우현석객원기자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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