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한 지 1주일도 안된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들에 커다란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보다 앞선 편리함과 금리 혜택, 낮은 수수료 등으로 무장한 인터넷은행 대응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인데요.
최근 경영진은 이렇게 겉으로 드러난 부분 외에 보이지 않는 더 큰 고민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정훈규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금도 고객들에게는 수익률과 신상품 등 다양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직원, 후배들에게는 제시할 비전이 없다.”
한 시중은행장이 최근 매일 하는 고민이라며 털어놓은 얘깁니다.
직원들과 대화를 해보면, 희망과 비전에 차있어야 할 젊은 직원들이 오히려 더 본인 일자리에 암울한 전망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기술 발달로 스마트폰과 PC가 은행 창구직원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지난 몇 년 간 은행들은 직원과 점포 수를 경쟁적으로 줄여왔습니다.
비용절감 노력으로 저금리 속에서도 은행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일을 하는 은행원은 비전 없는 일자리에 고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와 새삼스러울 수 있는 고민이 부각 된 것은 지난 주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은행원들에게 현실적인 위기감을 안겨 준 탓입니다.
창구직원 하나 없는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7일 오전 7시 영업을 시작한 뒤 100여시간 만에 계좌수 100만좌를 돌파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입출금 등 단순업무만 하는 텔러 직군은 당장 없어도 문제가 없다는걸 보여준 겁니다.
시중은행들은 부랴부랴 IT인재를 영입하고, 인터넷은행 수준의 수수료와 금리 혜택을 제시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압도적인 자본력을 갖춘 시중은행이 이제 막 탄생한 인터넷은행과 같은 영역에서 투자를 늘려 경쟁하는 것은 어찌 보면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인터넷은행 출범으로 뒤흔들린 은행원의 정체성을 어떻게 새로 정립해 후배들의 무너진 자존감을 되살릴지가 업계 선배인 경영진의 만만치 않은 숙제가 됐습니다.
[영상편집 김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