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고인돌]"미래 먹거리, 중소기업 지원과 디자인 산업 육성에서 찾아야"

"정부의 신뢰 구축과 사회적 합의 도출이 관건"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구로도서관서 경제학 강의

박정호(사진) KDI전문연구원이 지난 1일 구로도서관에서 열린 ‘경제학 인간을 탐색하다’는 강좌에서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디자인산업을 제시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박정호(사진) KDI전문연구원이 지난 1일 구로도서관에서 열린 ‘경제학 인간을 탐색하다’는 강좌에서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디자인산업을 제시하고 있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디자인에 강한 기업은 사양 산업을 신규 산업으로 바꿔놓으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낼 수 있습니다. 또 디자인 분야에서 오래 종사한 사람은 명장 혹은 장인으로 우대받으면서 스스로 브랜드가 되기도 하지만, 첨단과학기술에 종사하는 엔지니어는 사회적인 패러다임이 변하면 당장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디자인분야를 육성해야 하는 이유이지요. ”

지난 1일 구로도서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고인돌 강좌 ‘경제학, 인간을 탐색하다’의 네번째 강의에서 박정호(사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한국경제의 미래 먹거리로 디자인 산업분야를 제시하면서 그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코코샤넬, 프라다 등 디자이너의 이름이 명품의 브랜드가 된 유럽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산업의 육성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시민과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아카데미로 올해 5회째다. 이번 강좌는 양천도서관이 지역 학교에 인문학 강좌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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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음반시장이 디지털화 하면서 턴테이블이 사라지게 되자 고급스러운 복고풍 디자인을 가미하고 디지털 음향을 소화해 낼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한 ‘마드모아젤, 레트로 턴테이블’을 예로 들면서 디자인 산업이 디지털 시대에도 필수불가결한 기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99%이며 고용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창출되는 만큼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연구개발이 필요한 기술이 있는 중소기업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지만 디자인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박 연구원은 이론적인 타당성에만 머물지 않았다. 디자인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갖추고 있지만 정부가 섣불리 나서서 디자인 산업을 육성하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 구성원에 부합하는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내려면 디자인 기반 산업군에 집중해야 하지만, 불공정거래, 갑을관계 등으로 인해 디자인관련 기업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나서서 육성책을 펼치기가 어렵다”면서 “김대중 정부 당시 정보통신이라는 특정 산업군을 육성한 결과 IT강국의 기반을 만든 것처럼 정부 정책으로 인한 피해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이해와 신뢰를 구해야 하며 아울러 이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디자인 관련 지식재산권(이하 지재권) 실태에 대한 분석에 이어 우리나라 상품 중 지재권을 중국에 빼앗긴 사례를 소개하면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늦은 저녁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칫 딱딱하게 여기기 쉬운 경제학을 주제로 한 강의에 직장인을 포함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은 꾸준하게 높았다. 총 5강의로 이루어진 이번 강좌는 1강. 경제학이란 어떤 학문일까, 2강. 문화예술 속에 숨은 경제원리, 3강. 역사 속에 숨은 경제원리, 4강. 한국 경제의 미래 먹거리, 5강. 한국 경제의 현실과 발전 전략 등으로 구성됐다. 경제학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강의를 하는 박 연구원은 경제학과 인문학을 접목하여 보다 재미있고 유익하게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2013년에 출간한 ‘경제학자의 인문서재(한빛비즈 펴냄, 총 2권)’는 경제학분야에서 드물게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2015년에 쓴 ‘경제학을 입다 먹다 짓다(한빛 비즈 펴냄)’는 태국의 출판사 아마린에서 번역 출간을 앞두고 있다. 경제학, 경영학 그리고 산업디자인 등을 공부한 박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창의력과 상상력을 갖춘다면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과거의 지식이라도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개인적으로도 만들어나갈 수 있는 산업적인 생태계가 이루어진 만큼 우리사회에서도 이제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생애 주기별 인문학 프로그램 고인돌(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21개 도서관과 3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다양한 주제를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풀어내는 강좌를 오는 12월까지 개설해 나갈 예정이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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