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오직 '최저임금 인상' 때문일까

한동훈 성장기업부 기자



최근 최저임금 인상 관련 논란에서 관동 대지진 사건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일까.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박열’에서는 1923년 관동대지진이 발생하자 일본 관료가 자국 국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조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관동대지진은 불가항력의 자연 재해였지만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 언론에 유포했다. 이에 자극받은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수천명의 조선인을 학살했다. 관동대지진 유언비어 유포 사건은 지금까지 팩트 왜곡의 대표 사례로 남아 있다.

최근 인촌 김성수가 세운 100년이 넘은 경성방직이 최저임금 인상 탓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경방 공장이 있는 광주시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는 팩트가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도 물론 영향이 있겠지만 오직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고 보도가 나와 과장된 측면이 있습니다.”(대한방직협회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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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방은 이미 2009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뒤 2013년부터 현지 공장을 가동해 왔으며 해마다 시설을 증축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없이 경방은 한계업종의 기업으로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주력 공장의 생산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에서 이같은 정확한 인과관계와 팩트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최저임금 탓이라며 선동을 하는데 경방을 이용한 셈이다. ‘김기춘식 프레임’ 선전인 것이다.

임금 관련 왜곡·과장은 몇 년 전 통상임금 논란때도 벌어졌다. 2013년 12월18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킨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자 임금 폭등의 대혼란이 벌어져 기업이 문을 닫게될 것이라는 주장이 넘쳐났다. 하지만 이후 통상임금 하급심들은 일할지급이 아닌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부에 따르면 그나마 일할지급 상여금을 주던 기업은 33%(중소기업은 10%로 추산)에 불과했다. 경영상 어려움을 근거로 소급적용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들도 줄을 이었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의 기본 원칙은 팩트다.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일수록 정확한 데이터와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인과관계를 분석해야 한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팩트를 지속적으로 왜곡, 확산하는 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는 반(反)사회적 행태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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