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대학 기숙사를 대상으로 인권 실태 전수조사에 나선다. 사칙이 지나치게 자유를 침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3일 서울시는 대학교 기숙사 40곳, 도에서 운영하는 하숙 형식의 기숙사 6곳, 시·군이 운영하는 기숙사 13곳 등 총 59곳의 기숙사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청년단체 등에서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기숙사 실태를 조사한 적은 있었지만, 서울에 있는 모든 대학 지자체 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 서울대 연건기숙사에서 직원들이 주인 없는 방을 ‘불시점검’해 사생활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대학은 여자 기숙사에만 특정 심야 시간에 ‘통금’ 조치를 둬 차별 논란이 인 바 있다. 시 관계자는 “청년들이 시내 원룸 임대료가 비싸 기숙사를 선호하지만 벌점이나 통금 등의 제약이 많다”며 “그동안 학생이 없는 방에 불시점검을 하는 사례 등 수차례 논란이 인 적이 있어 청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시는 우선 이들 기숙사의 사칙을 입수해 들여다볼 계획이다. 상·벌점 기준은 공정한지, 지문 등 생체정보 수집은 적절한지, 명문화된 규정 외 ‘암묵적 사칙’은 없는지 살필 것이다. 또 기숙사 학생 자치 기구 등과 협력해 실제로 거주하는 학생들 대상으로 설문·면접 조사를 벌여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한다. 군대식 점호·불시 점검·외박 제한뿐 아니라 기숙사 내 소모임을 만들 때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집회·결사의 자유 침해는 없는지 조사할 예정이다. 또 학생 자치기구가 독립성과 권한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인지도 따져본다. 기숙사 행정이 외국인이나 장애인 등을 충분히 배려하고 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연내 전수조사를 마치면 시는 내년 초에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또 기숙사 등 공동생활 공동체를 위한 ‘인권 가이드라인’도 만든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을 ‘미성숙한 후기 청소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민’으로 존중하려 한다”며 “인권이 보장되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기숙사를 가꿔 나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