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막바지 다다른 이재용 재판] "물산 합병은 경영진 판단"...신뢰한 것이지 방관은 아냐

"철저히 권한 이양...실무진, 문화체육 업무 보고 안해"

"승마 지원·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전혀 몰랐다" 진술

"여자한테 처음 혼나 당황 '朴 레이저 눈빛' 표현 후회

특검 주장 뇌물혐의 전면 부정...재판부 수용여부 미지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피고인 신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피고인 신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10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지난 2일에 이어 총 7시간에 걸친 신문에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과 같은 현안과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미래전략실과 전문경영인을 신뢰한 것이지 방관한 것은 아니라며 그룹 내 중요 사항에 무관심했다는 게 납득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의문에 반론을 펼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부회장에게 “제일모직 최대주주이면서 삼성물산 합병을 남의 일처럼 존중했다는 피고인 증언이 약간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해 “남의 일처럼 방관한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경영진과 해당 계열사 임직원을 격려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문제에 대해서는 “이건희 회장 와병 전에는 삼성생명 지분에 관한 보고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며 “와병 후 회장님 주식들이 어떻게 지주회사로 간다는 점 등을 들었고 (지주회사 전환을) 경영진이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한 판단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자신이 최종 의사결정을 한 것이 아니라 전문경영인의 판단에 믿고 맡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앞서 자신의 업무 중 90~95%는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 경영이라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미래전략실에는 한 번도 소속된 일이 없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룹 업무에 대한 이 부회장의 역할 구분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 계열사들의 출연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문제로도 이어졌다. 그는 “제가 물어봤으면 실무진이 대답해줬을 수도 있을 듯하다”면서도 “회장님(이건희)께서는 정부에서 요청이 오건, 문화단체에서 요청이 오건 담당 부서에 넘기고 일일이 보고받지 않았다”며 “우리 회사 문화는 제가 철저히 권한을 이양해 실무진에서 문화체육 관련 업무를 보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2일 피고인 신문에서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과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 영재센터 후원 문제는 전혀 몰랐고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할 때까지 보고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3차에 걸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삼성물산 합병이나 금융지주사 전환 등 현안을 청탁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 내 자신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정씨 승마 지원 등을 보고받지 않은 이유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특검의 뇌물죄 주장에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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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재벌 총수’ 이미지를 벗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승마 지원 관련 질책을 받고 삼성 관계자들에게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 같았다’고 표현한 정황을 설명하면서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을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난생) 처음이라 당황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가 이 같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 대한 신문에서 “승마 지원을 지시한 대통령의 말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등 날카로운 질문으로 이 부회장을 진땀 나게 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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