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또다시 정계 진출설에 휩싸였다. 이번 소문은 그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지난 대선에서 선거전략가로 활동했던 조엘 베넨슨을 영입하면서 불거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가 베넨슨을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의 컨설턴트로 고용했다고 보도했다.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는 2015년 저커버그가 아내 프리실라 챈과 세운 자선 단체다. 베넨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캠프에서 여론조사담당 보좌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개인회사인 베넨슨 스트래티지 그룹을 통해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위한 리서치 업무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는 저커버그 부부가 자선 단체의 활동을 기반으로 정치나 정책입안 등의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베넨슨의 영입 역시 그 같은 추측에 힘을 더해주고 있다.
베넨슨은 영입 배경을 묻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의 한 대변인은 “우리는 과학과 교육, 주거, 형법 개혁 등에 초점을 둔 자선단체로서, 우리가 행하는 리서치는 이런 활동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커버그 부부가 정계에서 활동하던 브레인을 영입해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도 그들은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선거운동을 진두진휘한 데이비드 플러프와 팀 케인 민주당 상원의원의 공보 보좌관 에이미 더들리를 자선단체의 일원으로 포섭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재 영입에 의문을 품는 보도에도 저커버그는 뚜렷한 답을 내놓는 대신 자선단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가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관한 영상과 함께 “우리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 대단한 팀을 만들고 있어요”라며 “인류의 잠재력과 평등한 기회를 증진하고 교육, 과학, 그리고 옹호에 대한 우리의 미션을 확인해보세요”라고 올린 글 역시 기업가의 일상이라고 보기에는 정치적 활동에 가깝지만,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전에도 저커버그는 “공직 출마는 관심이 없다”고 여러번 이야기했지만,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패배 이후 ‘포스트 오바마’에 목마른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를 2020년 치러질 미 대선의 잠재적 후보로 올려두고 있다. 게다가 그가 지난 1월 미 전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과 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겠다는 신년 결심을 밝히고, 텍사스주에서부터 전국 투어를 실시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걸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또 지난 6월 민주당 예비선거인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아이오와주에 방문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점도 입방아에 올랐다.
페이스북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저커버그의 정계 진출 야망을 읽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자료에는 저커버그가 공직에 진출하더라도 회사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 보유 주식을 투자 또는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새로운 종류의 ‘비주식’ 관련한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만 33세(1984년5월14일생)인 저커버그는 오는 2019년에 미국 대통령 피선거권 제한연령인 35세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