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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톡] “치열함<대중성”…‘랭킹쇼 123’, 더 정교한 추리를 기대해

MBC가 새 금요 예능프로그램으로 ‘랭킹쇼 123’을 선보였다. 추리를 바탕으로 한 ‘브레인 예능’이라고 소개됐지만 앞서 종영한 JTBC ‘크라임씬3’나 곧 방송될 tvN ‘소사이어티 게임2’에 비해서는 훨씬 대중적이다. 경쟁을 통한 치열한 두뇌싸움보다는 일반인 도전자들을 소개하는데 집중했다.

‘랭킹쇼 123’는 공통 주제로 모인 5인의 도전자들의 다양한 힌트와 개인기를 본 후 연예인 추리단이 도전자 5팀의 순위를 예측하는 예능프로그램. 편견의 틀을 깨고 안목까지 기를 수 있는 신개념 추리 전쟁을 표방한다. 지난 5월 파일럿 방송인 ‘미스터리 랭크쇼 123’로 선보인 후 3개월 만에 정규 편성됐다.




/사진=MBC ‘랭킹쇼 123’/사진=MBC ‘랭킹쇼 123’


지난 4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랭킹쇼 123’에는 연륜으로 상대를 꿰뚫어보는 박미선을 필두로 날카롭게 허를 찌르는 브레인 블락비 박경, 눈치백단 조세호, 촉도사 지상렬, 찍왕찍신 아이돌 손동운, 허영지, 유아가 연예인 추리단으로 출연했다. 김성주가 MC를 맡아 7인의 추리단과 도전자 사이를 오가며 ‘밀당’ 진행을 뽐냈다.

‘랭킹쇼 123’의 룰은 간단하다. 첫째, 개인전이 아닌 단체전이다. 둘째, 공통점을 가진 5인의 도전자가 출연하며 연예인 추리단은 이들을 1위부터 5위까지 줄 세운다. 셋째, 줄 세울 수 있는 기회는 총 2번이다. 이날 주제는 ‘헤어디자이너의 경력 순서로 줄을 세워라’였다. 5명의 헤어디자이너를 만난 뒤, 추리를 통해 가장 오래된 경력부터 짧은 경력까지 적중해야 했다.

곧이어 등장한 헤어디자이너들은 한 눈에 봐도 다양한 연령대였다. 곱게 한복을 입고 온 ‘전라도 선덕여왕’부터 ‘가위손 천사’, ‘청담동 유아인’, ‘까끌래 뽀끌래 자매’, ‘글로벌 헤어여신’ 등 5명. 중요한 것은 겉으로 보이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 오직 자격증 취득 후부터의 경력만 인정됐다.

추리단은 초반부터 적극적이었다. 나이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경력과 비례할 확률이 높다며 나이 공개를 요청했다. ‘전라도 선덕여왕’과 ‘가위손 천사’는 76세, ‘청담동 유아인’은 28세, ‘글로벌 헤어여신’은 27세였다. 최연소 도전자는 ‘까끌래 뽀끌래 자매’였다. 언니가 18세, 동생이 16세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후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됐다 먼저 조세호는 ‘가위손 천사’를 문화센터 미용 과정 수강생이라고 추측했다. 남편에게 실습을 하다가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경력 한 달 반 정도가 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반해 한껏 발랄함을 뽐낸 ‘글로벌 헤어여신’에게는 오랜 경력에서 온 여유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도전자들의 실력 및 경력을 가늠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먼저 ‘까끌래 뽀끌래 자매’는 신나는 팝송에 맞춰 예사롭지 않은 춤 솜씨와 손놀림을 보여줬다. 무대에 있는 모델의 머리를 실제로 자르기도 했다. 이후 자격증 취득 시 나이 제한은 없으며, 부모님이 미용실을 하시는 터라 7살 때부터 미용사의 꿈을 가졌다고 소개했다.

‘청담동 유아인’은 셀프 스타일링 쇼를 통해 유아인으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드라이기를 잡는 손동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미스트, 코코넛 오일 등 비밀의 무기를 소개하며 보는 사람들도 따라할 수 있도록 유용한 팁을 전했다. 이를 지켜보던 박경은 “셀프 스타일링은 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잘 할 수 있다”며 날카로운 추리를 선보였다.

/사진=MBC ‘랭킹쇼 123’/사진=MBC ‘랭킹쇼 123’


‘글로벌 헤어여신’은 헤어시술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며 유명해진 헤어디자이너였다. 인도네시아, 캐나다,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찾는 실력자. 염색의 고수인 만큼 미리 준비된 영상으로 염색 실력을 확인했다. 벚꽃, 고등어, 명화 등 제작진이 요구한 콘셉트에 맞는 염색을 선보였다. 그러면서도 내내 애교 섞인 발랄함을 보여줬고, 지상렬은 “경력이 없으면 저렇게 자신을 못 한다”며 예사롭지 않은 도전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동갑내기 76세 도전자인 ‘전라도 선덕여왕’과 ‘가위손 천사’는 머리를 땋아 실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똑같은 머리 땋기지만 도전자에 따라 방식이 달랐다. 박미선은 “머리 땋기 난이도 자체는 ‘전라도 선덕여왕’이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후 가위질하는 모습을 조금만 보여 달라고 요구했으나 ‘가위손 천사’가 흔쾌히 보여준 것과 달리 ‘전라도 선덕여왕’은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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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퍼포먼스가 끝난 후 추리단은 ‘멘붕’에 빠졌다. 도저히 감이 오지 않는 상황에 김성주에게 힌트를 요구했다. 김성주는 가장 짧은 경력과 긴 경력을 공개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한 뒤 “짧은 경력만 알려드리겠다. 4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지상렬은 “‘청담동 유아인’은 6개월 잡았는데”라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추리단의 첫 번째 시도는 ‘가위손 천사’, ‘글로벌 헤어여신’, ‘까끌래 뽀끌래 자매’, ‘청담동 유아인’, ‘전라도 선덕여왕’ 순이었다. 결과는 실패. 김성주는 “이번 추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엉망진창”이라고 말하며 “너무 어려워하니 힌트를 3개 드리겠다. 이 중 한 명만 자기 자리를 찾았다. 경력이 가장 짧은 사람은 ‘글로벌 헤어여신’이고 현재 4위에 있는 ‘청담동 유아인’은 2위다”라고 대형 힌트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도전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자 남은 3팀의 기사까지 공개했다. 워낙 유명해서 언론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것. ‘전라도 선덕여왕’은 미용 명장, ‘가위손 천사’는 71세 최고령 미용사, ‘까끌래 뽀끌래 자매’는 기특한 고사리손의 천재 가위소녀로 기사에 등장했다.

추리단은 1위 ‘전라도 선덕여왕’, 3위 ‘까끌래 뽀끌래’, 4위 ‘가위손 천사’로 예상했다. 이때 허영지가 “‘전라도 선덕여왕’이 커트를 잘 못해서 가위질을 거절한 것 아니냐”는 추리를 내놨고, 결국 1위 ‘가위손 천사’, 3위 ‘전라도 선덕여왕’, 4위 ‘까끌래 뽀끌래 자매’로 순서를 변경했다. 김성주는 “둘 중 하나에 답이 있다”며 쫄깃한 진행을 이어갔다.

최종 결과도 실패였다. 바꾸기 전 1위 ‘전라도 선덕여왕’, 3위 ‘까끌래 뽀끌래’, 4위 ‘가위손 천사’로 예상한 것이 답이었다. ‘전라도 선덕여왕’은 1959년에 미용에 입문해 현재 57년차인 진정한 명장이었다. 긴장한 척 방송용 페이크를 사용했던 것. ‘가위손 천사’는 2012년 최고령으로 자격증을 땄으며 ‘까끌래 뽀끌래 자매’는 최연소 미용사로 기네스북에 오른 경력자였다.

/사진=MBC ‘랭킹쇼 123’/사진=MBC ‘랭킹쇼 123’


MBC가 최근 선 파일럿 후 정규 편성 과정을 따르고 있는 만큼, 이번 역시 파일럿에서 입증된 후 선보인 방송이었다. 파일럿에서 ‘반려견과 함께한 시간 순서로 줄 세우기’ 주제로 추리를 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포맷. 과거 ‘진실게임’이나 ‘스타킹’에서 봤던 것처럼 일반인들의 묘기를 구경하고 나름의 추리를 선보인 것이 특히나 기발하고 독특한 시도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보던 연예인들의 애드리브와 활약, 50분 안팎의 짧은 방송시간은 ‘랭킹쇼 123’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든다. 신선한 웃음까지는 아니지만 익숙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방송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쓸데없이 늘어지는 부분이 없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추리를 위해 도전자들의 퍼포먼스를 보는 데서 다소 어설픔이 느껴지기도 했다. 추리를 위한 퍼포먼스라기보다는 도전자들을 소개하는 자체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인 만큼 도전자들의 역량이 중요해 보였다.

기사 힌트가 너무 결정적이다 보니, 차라리 도전자들의 실제 인터뷰와 퍼포먼스로 추리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나아보였다. 그런 점에서 미용 명장 ‘전라도 선덕여왕’이 머리를 땋으며 손을 떠는 등 의도적인 페이크 연출은 괜찮은 시도였다.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추리’라는 본질을 조금 더 살릴 수 있을 듯하다.

예고에 따르면 다음 방송에서는 ‘체중 감량을 많이 한 순서’를 추리한다. 추리 예능 단골 게스트인 홍진호가 추리단으로 합류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모아진다. 추리와 예능이라는 각각의 특성을 잘 살린다면 의외로 오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에는 조금 더 정교한 추리쇼를 기대해본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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