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M&A때 고용 줄이면 세금혜택 없다는데..."인력조정 안되면 부담 크다" M&A 위축 우려

'일자리 유지' 취지 공감하지만

세금이 M&A 장애물 될 가능성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할 때 인수한 업체의 고용을 3년간 80% 이상 유지하지 않으면 세제 지원을 못 받는다. 합병 때 세제 혜택은 중요한 결정 요소 중 하나여서 제도 변경으로 M&A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6일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결정된 법인세 인상, 비과세 감면 축소 등 외에 M&A 관련 규제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M&A가 활발해져야 하는데 이번 규제가 장애물이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M&A 등 조직변경 때 세제 지원 요건에 고용승계 조건을 추가하는 내용을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지금은 △1년 이상 사업을 계속한 내국 법인 간 합병 △합병 대가 중 주식 가액이 80% 이상 등 요건만 충족하면 ‘적격 합병’으로 보고 구조조정에 따른 세금 납부를 미뤄주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피합병 기업 등의 근로자의 80% 이상을 승계하고 이를 3년 동안 유지하도록 한 요건까지 이행해야 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M&A가 인력 감축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새 정부의 일자리 강조 정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바뀐 제도가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M&A 때 불가피한 인력 조정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M&A라고 근로자를 마음대로 자를 수는 없다”면서도 “합병이 시너지를 내려면 양쪽 회사에 겹치는 사업부나 불필요한 조직을 정리할 필요가 있고 합병이 마음에 안 들어 자발적으로 퇴직하는 근로자도 있는데 일괄적으로 고용승계를 규제하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M&A 후 인력 조정은 다반사다. 지난해 말 포스코건설이 포스코엔지니어링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포스코엔지니어링의 근로자 1,200여명 중 약 450명이 회사를 나갔다. 2014년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합병 때도 NH 쪽 근로자 23% 정도가 줄어드는 출혈이 있었다. 앞으로 이런 M&A는 비적격 합병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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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M&A 때 적격 합병 요건을 갖춰 세제 혜택을 받느냐는 거래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이경근 법무법인 율촌 세무사는 “단순 인수비용뿐 아니라 각종 취득·등록 관련 비용까지 합치면 큰 규모의 M&A 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세금이 발생한다”며 “적격 합병이 안 되면 거래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형 로펌의 한 M&A 전문 변호사는 “기업이 세금 부담을 안고서라도 합병을 추진하고 싶어도 일반 주주들의 반대로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과세 이연이 안 되면 주주들도 배당소득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승계 요건이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제도도 아니다. 미국·호주·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M&A 때 과세이연을 포함한 세제 지원을 하지만 지원과 고용승계를 연계한 곳은 일본뿐이다.

김학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M&A 때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라는 취지는 좋지만 이대로면 원활한 구조조정에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자발적인 근로자의 퇴직 등은 예외로 인정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후 의견 수렴을 통해 보완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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