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전 대표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극중주의라는 말을 꺼낸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 중도좌파의 사회당 브누아 아몽 후보, 중도우파의 공화당 프랑수아 피용 후보와 차별화하는 전략으로 중도 노선을 택했다. 마크롱식 중도는 그들의 공약을 조금씩 받아들여 절충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최근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이 36%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마크롱의 지지율 폭락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마크롱과 집권당인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를 지지했던 유권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실체가 없는 중도주의의 약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양쪽에서 지지를 받아도 그 지지가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안 전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에서 비슷한 경험을 겪은 바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상 극단적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은 반드시 오기 마련이다. 국민의당은 그때마다 모호한 태도를 보여왔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내걸었던 국민의당은 지난해 사드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러나 대선 과정에서 안 전 대표는 급작스레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했고 국민의당도 이에 따랐다.
중도주의가 ‘더불어민주당도 틀리고 자유한국당도 틀리다’는 양비론에 그쳐서는 정치혐오 조장 이상이 되기 어렵다. 국민의당만의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극단적 중도’와 별개로 내세운 공약 중 하나는 공공 부문 개혁과 친시장 규제개혁이었다. 안 전 대표가 보다 명확한 ‘제3의 길’의 비전을 제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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