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脫원전시대 에너지 新골든룰 찾아라] 원전 급하게 멈춘 대만, 예비율 3%대로 떨어지자 2기 재가동

<2>에너지 섬의 숙명… 탈원전 ‘안전판’ 필요하다

20% 넘던 예비율 2014년 탈원전 시작후 곤두박질

천연가스·신재생 비중 늘려도 전력수급 더 나빠져

'판박이' 文정부 원전정책, 대만 실패 교훈 삼아야







지난 6월12일 대만전력공사(TPC)에 비상이 걸렸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때 전력 예비율이 3.52%까지 떨어졌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기도 전에 때 이른 불볕더위로 전력 수요가 급증했던 게 원인이었다. 올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여름철이 한참 지난 10월에 사상 최저치인 1.62%를 기록하기도 했다. 급기야 대만 행정원 원자력위원회는 가동 중단 상태였던 대만 남부 제3 원전 2호기의 재가동을 승인한다. 타이베이 외곽의 제2 원전 1호기 재가동을 승인한 지 불과 3일 만이었다.

◇탈원전 시작 2014년부터 예비율 목표 밑으로=대만의 상황은 예견됐다. 대만 정부는 2014년 4월 완공을 앞둔 제4 원전의 시운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타이베이에 연일 수만 명의 시민이 운집했고 이들은 총통부 점거를 시도하는 등 격렬한 시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잉주 당시 총통은 완공을 코앞에 둔 제4 원전의 건설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전력수급 계획에 맞춰 지어지던 원전 2기가 멈추면서 당장 전력수급 상황에 이상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20%대를 웃돌던 대만의 전력 예비율이 정부의 목표치(15%)를 밑돈 14.7%, 2015년에는 11.5%로 떨어진다.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해 가동 중이던 원전을 멈춰 세운 지난해에는 10.4%로 예비율이 더 낮아졌다. 전력수급 불안정도 만성화했다. 대만전력공사는 예비율이 6% 미만이면 ‘주의’ 단계를 발령해 전력수급을 관리한다. 2013년 1일에 불과했던 주의 단계 발령 일수는 2014년 9일, 2015년 33일, 2016년 80일로 급증했다. 집권당인 민진당이 정치적 역풍이 뻔히 보임에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신재생·LNG로 원전 대체”…文과 ‘판박이’=탈(脫)원전을 앞둔 우리가 대만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만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과 판박이다. 건설 중인 원전 공사를 중단하고 원전의 빈자리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메우겠다는 게 골자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이를 우리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것까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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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2013년 석탄 49%, LNG 26%, 원전 17%, 신재생에너지 2%였던 ‘발전량 구성(Engergy Mix)’을 2016년 석탄 45.4% LNG 32.4%, 원전 12%, 신재생에너지 4.8%로 바꿨다. 원전의 비중이 줄고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늘었지만 전력수급은 더 나빠졌다. 대만 정부는 이 같은 구성비를 오는 2025년까지 천연가스 50%, 석탄 30%, 신재생에너지 20%로 원전 제로 시대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이 대만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무엇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안전판’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는 안전판이 필요하거나 독일처럼 외국에서 전기를 사올 수 있는 전력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판박이’ 대만… 이중적 여론 수렴 골치=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중적 여론을 수렴하는 것은 더 골치다. 대만의 ‘반핵’ 운동은 우리나라보다 더 격렬하다. 이른바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 위에 있기 때문이다. 수도인 타이베이 인근에 원전 4기가 몰려 있다. 그럼에도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한다. 올해 6월20일 국민당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탈핵으로 현재보다 더 높은 전기요금을 낼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6%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요금 인상을 받아들이겠다는 답변은 42.3%였다. 전력 부족에 따른 원전 재가동에 지지한다는 답변은 47%였고 반대는 32%에 불과했다.

/세종=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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