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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 51세에 시작된 제2의 배우 인생

배우 설경구, 51세에 시작된 제2의 배우 인생배우 설경구, 51세에 시작된 제2의 배우 인생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출연 이후 설경구의 배우 인생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한 때 설경구는 ‘4천만 배우’로 불렸다. 실질적으로 첫 주연을 맡은 ‘박하사탕’의 성공으로 ‘한국영화 최대의 수확’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른 그는 이후 ‘오아시스’,‘공공의적’,‘실미도’,‘해운대’ 등으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믿고 보는 배우’였던 그가 어느 순간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설경구식 연기’에 피로도를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지닌 연기력에 비해 들쑥날쑥한 필모그래피 역시 대중들이 그에게 돌아서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설경구가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 시도한 영화들은 여러 요인이 겹쳐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해 이미지 변신은 시도로만 그쳤다.

그동안 반복된 이미지 소비에 지친 것은 대중 뿐 아니라 배우 자신이었다. “내 안의 다른 모습을 꺼내줄 감독을 기다린다”던 설경구의 바람을 이루어 준 것은 어릴 적 부터 그의 팬이었던 젊은 감독 변성현이었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캐스팅 단계 때부터 “형 요즘 연기 별로” 라며 그를 도발했고, 이어 “그동안 너무 구겨져 있었다. 빳빳하게 펴주겠다”며 출연을 고민하던 설경구를 설득했다.

설경구의 ‘불한당’출연은 신의 한수가 됐다. ‘불한당’ 속 뛰어난 미장센이 증명하듯 변성현은 아무도 설경구에게서 기대하지 않고 발견해내지도 못했던, 가장 고급스럽고 섹시한 모습을 꺼내 ‘한재호’ 라는 이름으로 덧씌웠다.

생애 처음으로 ‘눈썹 정리’와 ‘헤어라인 정리’를 감행한 설경구는 변성현이 의도한 그대로, 섹시한 중년 캐릭터를 소화하며 설경구에게 아직도 새로운 면모가 있음을 증명해냈다. ‘한재호’에게는 설경구하면 떠오르던 ‘맹목적인 광기’, ‘목이 터질 듯 지르는 고함’이 존재하지 않았다. 강자의 여유로움과 잔인함, 그에 상반되는 다정함까지 겸비한 캐릭터를 구현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더이상 꺼낼 카드가 없다”고 털어놓던 그의 고뇌가 기우로 끝난 것이다.

예기치 못한 논란에 부딪혀 ‘불한당’은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으나 칸 비경쟁 부문에 초대되었다. 설경구는 17년 만에 칸에 입성해 처음으로 레드카펫을 밟아보기도 했다.


또한 ‘불한당’을 사랑하는 팬덤인 ‘불한당원’이 형성돼 각 지역에서 대관을 진행해 영화를 상영하며 최후까지 ‘불한당’의 관객수에 보탬이 됐다. 그들의 뜨거운 영화 사랑은 이례적인 수준이라 영화계 내에서도 큰 화제가 되어 출연진과 제작사 대표가 직접 팬들 행사에 참여해 감사를 표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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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 ‘박하사탕’ 개봉 당시 ‘박사모(박하사탕을 사랑하는 모임)’이 형성되어 ‘박하사탕 두 번 보기 운동’ 등을 벌인 것을 영화 팬덤의 시초로 볼 때, 설경구는 ‘영화 팬덤’의 시작과 전성기를 체험하고 있는 유일한 배우인 셈이다.

이후 설경구는 ‘공공의 적’으로 다수의 팬을 확보한 바 있으나 ‘형이 돈이 없다 그래서 패고...’ 로 시작하는 대사를 외우며 그를 ‘철중이 형’으로 부르는 남성팬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불한당원’이면서 동시에 설경구의 팬임을 자처하는 팬들은 문화 소비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20-30대 팬이다. 이들은 충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며 지갑을 여는 팬층이기도 하다.

설경구에게 이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불한당’ 속 한재호의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 것은 물론 영화 외 적으로도 팬들의 니즈에 잘 부합했기 때문이다. 한 때 충무로에서 까칠한 이미지의 대명사이기도 했던 그가 팬들에게는 정중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여 ‘한재호’로 팬이 된 이들의 ‘환상’을 깨지 않은 것이다. 그는 불한당원들의 대관 소식을 알고 주연 배우 중 가장 먼저 감사를 표했으며, 더운 날씨에도 팬들이 좋아하는 수트 차림으로 와 환호를 받았다.

설경구의 팬들도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그의 촬영장에 커피차와 분식차를 보내는 것은 물론 각종 선물과 팬레터 공세에 나섰다. 설경구는 선물을 받을 때마다 24시간 내에 ‘인증’ 하며 ‘송구하고 황송하다’는 등 감사의 마음을 아끼지 않았다. 50대 배우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빠른 반응에 고무된 팬들은 “아이돌이 된 기분을 맛보게 해주겠다”며 강남역에 지하철 광고까지 내걸었다. 광고판에 게재된 글귀는“설경구가 있어 그래도 삶은 아름답다”. 팬들의 사랑을 함축한 문장이다.

설경구는 51세에 이르러 ‘꾸꾸(설경구의 이름 끝 자를 따서 만든 애칭)’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젊은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설경구라는 배우의 연기력이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이며, 그가 ‘스타’로서의 가치를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한당’ 이후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설경구는 오는 9월 7일 ‘살인자의 기억법’ 으로 대중과 만난다.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서경스타 김상민기자 ksm3835@sedaily.com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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