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대로 천천히 쌓아 올려왔던 인지도와 어쿠스틱 콜라보라는 팀 이름을 향한 대중의 신뢰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 회사를 나오는 과정에서 더 이상 그 이름을 쓸 수 없게 된 그들은 어쩔 수 없이 팀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아쉬운 건 분명히 있었죠. 나름의 고충도 있었고요.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재밌는 것 같아요”(규년)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지만, 이전까지는 흥행했던 곡들의 뒤를 이을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것에서 벗어나서 저희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음악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다은)
전 소속사를 나오게 되면서 에이드뮤직이라는 1인 기획사를 설립한 그들은 음악 외에도 회사 경영과 관련한 금전적인 부분과 앨범 제작 전반에 관련한 부분까지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일종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된 셈.
“1인 기획사로 활동하게 되면서 전체적인 사무를 (규년)오빠와 회사 이사님 두 분이 보고 계세요. 그에 비해 저는 베짱이에요(웃음). 그만큼 웬만한 대기업에서 스카웃을 해가도 될 정도로 두 분이 일을 잘해주셔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거죠. 앨범 하나를 낼 때도 작곡가 섭외부터 녹음실 예약, 커버, 폰트, 포스터 디자인 그리고 정산까지 거의 100가지 일이 펼쳐지는데 그 일을 다 해내세요”(다은)
‘디 에이드’라는 팀명은 보컬 안다은의 이니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에이드’처럼 상쾌하면서도 개성 있는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를 담기도 했다. 그 뜻을 증명하듯 ‘알았더라면’, ‘닮은거래요’, ‘사랑, 해도 될까요?’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디에이드는 이번에는 작정하고 ‘달달함’을 내세운 ‘달콤한 여름밤’으로 또 한 번의 새로운 옷을 입었다.
“그간 어쿠스틱콜라보라는 이름 때문에 ‘어쿠스틱’에 얽매여왔던 것도 사실이에요. 이름을 바꾼 후에 저희가 해보고 싶었던 음악을 해보자는 마음이 컸어요. 사실 이 곡을 만들어주신 공기남씨는 저희가 새 출발을 하게 됐을 때 먼저 연락을 주시고 조언을 해주신 분이세요. 이번에도 곡 의뢰를 했을 때 안 그래도 디에이드를 위한 노래를 쓰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여러 곡을 보내주셨는데 그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이 바로 ‘달콤한 여름밤’이었어요”(규년)
“저희가 방송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팀이 아니다 보니까 저희의 이름을 잊지 않게 하는 방법은 꾸준히 음악을 내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디에이드로 새롭게 시작하게 된 결정적 이유도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 놓고 하자는 데 있었으니까요. 쉬엄쉬엄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시기에 맞는 곡이 나올 때마다 그 때를 넘기지 말자는 생각에서 조금 더 열심히 작업한 것 같아요”(다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제는 그 외적인 부분까지 자유가 보장되다보니, 두 사람에게는 이전에는 해보지 못했던 시도들이나 계획들을 꿈꿔볼 수 있는 재미까지 늘었다. 해외 버스킹이나 다른 가수들과의 컬래버 작업이 바로 그것. 이와 함께 두 사람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가수로 각각 멜로망스와 박효신을 꼽기도 했다.
“올해 안으로 일본에 가서 버스킹을 해볼까 해요. 사실 회사에 소속이 된 상태면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에요. 제약도 많고요. 그런데 저희는 저희가 좋으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저희가 좋다 싶은 음악은 언제든 할 수 있거든요. 그렇게 계속 재미있는 일을 찾아나가고 있어요. 방송도 물론 좋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저희 노래를 일본어로 번역하고 있어요”(규년)
“예전부터 컬래버를 하고 싶었는데 제한적인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새 출발하면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게 다른 가수들과의 컬래버였어요. 저희가 데뷔 7년차인데도 친한 가수들이 없어요. 페스티벌을 가도 인사만 하고 끝이었어요. 술도 같이 먹고 음악 얘기도 같이 나눌 수 있는 친한 가수들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럴 길이 전혀 없었어요. 이제는 조금 더 많은 분들을 만나서 공연이든 앨범이든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어요. 사실 제일 같이 해보고 싶은 분은 박효신 선배님이죠. 항상 이 얘기를 하교 다녀요. 꿈만 꾸고 있습니다(웃음)”(다은)
작년 이 맘 때쯤, 팀 이름을 변경하고 새 출발을 알린 디에이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 오다보니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 자신들과 함께 어려운 선택을 해준 팬들은 이제는 더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고, 음악 역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게 됐다. 그들에게 지난 1년 그리고 디에이드는 어떤 의미일까.
“저희는 지금 모험을 떠나고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정글 탐험하고 있는 것 같이 한 발 한 발 나설 때마다 새로운 일들이 펼쳐지고, 그곳에서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지난 1년도 이 과정 속에서 좋은 방향으로 흘러왔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디에이드를 생각하면 뭔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더 기대가 돼요”(규년)
“페스티벌 같은데 가도 확실히 전보다 저희를 몰라 주시고,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걸 보면서 아주 가끔은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그래도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오빠 말처럼 디에이드는 모험을 하고 있어요. 이제 겨우 1년 됐으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다은)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