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기의 재판 보자" 밤샘 기다림…이재용 재판 진풍경

李 연일 꼿꼿한 자세로 재판 임해

삼성 관계자도 방청객과 자리경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일인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선착순 방청권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심 공판일인 7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시민들이 선착순 방청권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구속기소 돼 7일 1심 결심공판까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은 법정 안팎에서 여러 진풍경을 낳았다. 특히 대한민국 최대 기업의 후계자인 이 부회장의 행보가 ‘국정농단’ 사건 이전까지 일반에 노출되는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법정 내 그의 모습과 말 한마디는 늘 주목받았다.

특검과 변호인단의 치열한 공방 속에 피고인석에 앉은 이 부회장의 한결같은 꼿꼿한 자세는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매주 3차례 열린 재판은 심리 내용이 많아 오전 10시에 시작해 밤늦게까지 이어지기 일쑤였지만 이 부회장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눈을 지그시 감거나 변호사와 귓속말을 하는 경우 빼고는 종일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정면을 응시한 자세로 재판에 임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재벌가 후계자의 단련된 모습에 더해 방청객과 취재진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재판 첫날부터 스틱형의 입술 보호제(립밤)를 꺼내 손으로 입을 가리고 꼼꼼히 챙겨 바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립밤을 발랐다. 이 립밤은 이후 ‘이재용 립밤’으로 불리며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다. 더운 법정에 종일 갇혀 있던 그는 더위와 싸우기 위해 종종 물티슈로 목 둘레를 훔쳐내는 등 ‘아저씨’ 같은 모습도 내보였다. 매번 비슷한 시간대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대법정에서 열렸다. 대법정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더운 곳에 있던 피고인과 변호인, 특검, 방청객들은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끝나면 모두 냉방 시설이 잘 갖춰진 대법정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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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밖에선 선착순 방청이 가능한 이 부회장 재판을 보려는 이들이 연일 자리 쟁탈전을 벌였다. 방청석이 한정돼 오전 10시 재판인데도 매번 오전 7시 무렵부터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나와 긴 줄을 섰다. 재판 중반부터는 개인 물품을 법정 출입구 앞에 늘어놔 순번을 ‘찜’해 놓거나, 자체적으로 번호표를 만들어 새치기에 대비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신문과 공방 절차가 진행된 최근엔 아예 집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음 날 재판을 기다린 방청객도 있었다. 재판이 새벽 1∼2시까지 이어지는 날에도 법정을 떠나지 않는 방청객도 있었다. 결심 공판이 열린 이 날도 전날 오후부터 법정에 들어가기 위해 밤새 줄을 서는 광경이 펼쳐졌다. 삼성 관계자들도 매일같이 법원으로 나와 일반 방청객들과 자리 경쟁을 벌이며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

성윤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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