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핵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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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이 끝나가던 1984년 11월 옛 소련의 핵잠수함 한 척이 캐나다 동북부 뉴펀들랜드 해역의 그랜드뱅크스 대륙붕에서 좌초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원자로 엔진 사고로 좌초한 이 잠수함은 결국 다시 떠오르지 못한다. 미확인 보도에 따르면 일부 승무원이 구조됐다는 것 외에 더 이상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이 사건은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붉은 10월’로 세상에 알려졌으나 두 나라는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영화 내용과 이 사건은 절대 무관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영화는 당시 소련의 최상위급인 타이푼급 잠수함 ‘붉은 10월호’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최신식 소음 제거 장치를 장착한 핵잠수함이 실험 항해를 위해 북서부의 부동항 무르만스크 군항을 출발한다. 북극해를 거쳐 초고속으로 항해하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공할 만한 위력의 잠수함이 미국 근해에서 갑자기 실종되자 미소 양국은 동시에 전시 상태로 돌입한다. 소련의 모스크바에서는 붉은 10월을 폭파하기 위해 전 함대를 동원하고 미국 워싱턴DC에서는 핵탄두를 실은 이 잠수함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추격 명령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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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핵잠수함은 현대전에서 가장 치명적인 무기다. 수중에서 활동하고 한 번 교체하면 몇십 년씩 가동되는 핵연료로 거의 무제한급으로 잠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으로도 단 몇 척만으로 웬만한 국가의 방위력에 버금간다는 항공모함 1개 전단과 맞먹는 전투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냉전 시대에 미소는 경쟁적으로 개발했으며 현재도 보유한 나라가 영국·프랑스·중국·인도 등 단 6개국뿐이다. ‘붉은 10월’ 영화에서 나왔듯이 디젤엔진 잠수함에 비해 단점이던 소음 문제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잠수함 건조 추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후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도입 검토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 데 이은 것이다. 북이 핵실험과 ICBM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도발 억제를 위해서라도 우리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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